국회는 19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소방공무원법, 소방기본법 등 소방관의 국가직화 관련 6개 법률안과 소방복합치유센터 설립 근거를 담은 ‘소방공무원 보건안전 및 복지 기본법’을 처리했다. 소방청은 내년 3월 말까지 하위법령 입법 절차를 마무리하고, 내년 4월 국가직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인력 충원율 서울 90.2%, 전남 60.1%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소방공무원 5만4000여 명 중 국가직은 637명(약 1.2%)이고 나머지 98.8%는 지방직이다. 서울은 소방관 1인당 0.09㎢의 면적을 담당하지만 강원도는 5.22㎢, 경북은 4.54㎢를 맡고 있다. 전남에는 소방서가 설치되지 않은 군이 6개, 경남에는 5개나 된다. 인력 충원률도 서울은 90.2%로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지만 전남(60.1%), 제주(62.6%), 충남(63.4%) 등은 60%대에 불과하다. 전국적으로 부족한 인력이 2만 명에 이른다. 소방청 관계자는 “소방 관련 예산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체계적인 인력 충원 계획을 마련해 지역 간 불균형을 극복하겠다”고 말했다.
앞으로 소방 운영체계는 시·도지사 직속으로 소방본부를 두되, 소방청장이 필요한 경우 시·도 소방본부장과 소방서장을 지휘·감독할 수 있는 구조로 바뀐다. 소방청장에게 지휘통솔권이 생긴 것이다. 재정은 담배에 부과하는 개별소비세에서 충당한다. 담배 소비세 총액의 20%였던 소방안전교부세율을 45%로 올려 소방 인력 운용과 안전시설 확보 등에 사용한다.
강원 산불 계기로 8년 만에 법 개정
소방공무원의 국가직화는 지방직을 국가직으로 바꿔 소방관 처우를 개선하고, 소방 서비스의 지역 간 격차를 해소하자며 2011년 유정현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의원이 법률 전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지 8년여 만이다. 지방 소방공무원법이 제정된 1973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소방공무원들로선 ‘46년 숙원’이 풀린 셈이다.
그동안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소방관의 국가직화를 추진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지만 동력은 지지부진했다. “지방분권 흐름에 역행한다”는 반론도 있었다. 하지만 지난 4월 강원도 산불 때 전국의 소방관 3200여 명이 출동해 화재를 진압하면서 여론의 지지를 얻었다. 당시 소방관의 헌신적인 모습이 부각되자 ‘소방관을 국가직화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사흘 만에 20만여 명이 동의했다.
정문호 청장 “일사불란한 대응체계 만들 것”
이번 소방공무원의 국가직화는 신분만 국가직으로 바뀌는 것이다. 인력 선발과 사무 등은 그대로 지방에 남는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신분 전환은 환영하지만 개정된 법률은 반쪽짜리”라며 “인사통솔은 정부가, 재정 지원은 지자체가 맡는 구조라 마찰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인력 충원 등에서 이견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상재 기자 lee.sangja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