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혜원이 건네받은 문서 "비밀이냐 아니냐" 법정서 진실공방

중앙일보

입력 2019.11.19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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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무소속 손혜원 의원이 18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부패방지 및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 관련 3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목포 부동산 투기 혐의로 기소된 손혜원 무소속 의원의 재판이 열릴 때마다 그가 목포시로부터 전달받았다는 ‘보안자료’를 둘러싼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만약 손 의원이 국회의원으로서의 지위를 이용해 보안자료, 즉 일반인에게는 비밀인 자료를 미리 받았다면 그 이후에 사들인 부동산은 모두 불법 매입이 될 수 있다. 반면 목포시로부터 건네받은 자료가 비밀이 아니라면, 손 의원에게 적용된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는 성립하지 않을 수 있다.

검찰 "'대외비' 안 쓰여 있었지만 비밀 맞아"
목포 공무원 "설명회 때 자료 촬영 금지시켜"
손혜원 "주민공청회때 모두에게 공개된 자료"
전 목포시장 "이미 인터넷 상에 보도된 내용"

똑같은 자료를 두고도 손 의원과 검찰 측의 주장이 엇갈릴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손 의원이 건네받은 자료에 ‘대외비’라고 쓰여 있지는 않지만, 검찰 측은 이 자료가 미리 배포하거나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 보안 사항이라고 봤다.

 
18일 열린 손 의원 3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목포시 도시재생과 소속 김모씨도 “손 의원에게 건넨 문건이 일반인에게 공개하기 어려운 자료가 맞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김씨는 2017년 9월 손 의원에게 e메일로 ‘1987 개항거리 사업 변경안’ 등의 자료를 보낸 사람이다.

김씨는 “보안을 지키기 위해 목포시 다른 직원들과도 자료 내용을 공유하지 않았고, 이후 해당 사업과 관련한 주민 설명회를 열었을 때도 이 자료를 주민들이 촬영하지 못하게끔 했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손 의원을 기소하며 “자료에 대해 같은 시기 정보공개 청구 요청이 있었지만, ‘부동산 투기 위험’을 이유로 목포시 쪽에서 비공개 처분한 바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법원도 부패방지법상 ‘비밀’을 꼭 법률상 비밀로 규정된 것만으로 제한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비밀로서 보호할 가치가 있는 한 정부나 공무소가 객관적·일반적 입장에서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것에 상당한 이익이 있는 사항도 ‘비밀’에 포함해야 한다(2006도4888)”고 판단했다.
 

손혜원 의원 측이 부동산을 매입한 목포근대역사문화공간 일대 전경. 프리랜서 장정필

반면 손 의원 측은 재판 때마다 “누구에게나 공개된 자료였다”며 비밀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목포시가 주민 공청회를 통해 모두 공개한 자료라는 취지다.
 
2017년 5월 손 의원에게 목포시 도시재생사업 자료를 건넨 박홍률 전 목포시장도 손 의원의 주장이 맞다고 증언했다. 
18일 재판에 출석한 박 전 시장은 “손 의원이 받은 자료는 이미 열린 주민공청회 때 나온 자료와 거의 동일한 것으로 일반적인 자료라고 생각했다”며 “많이 알려야 그 지역에 투자도 되고 협조도 될 것 아니겠느냐”고 밝혔다. 

이어 박 전 시장은 “공청회를 통해 관심 있는 사람들은 다 아는 내용이고, 이미 인터넷상에 보도된 자료는 생명력(비밀성)을 잃어버린 것이라고 본다”며 “(손 의원에게 전달한 이유는) 도시재생 사업이 성공적으로 갈 수 있도록 하는 차원에서 전한 것”이라고 증언했다. 

 
법원은 보안자료의 비밀성과 관련해 일단 검찰과 손 의원 측의 손을 절반씩 들어줬다. 
본 재판에 앞서 검찰이 손 의원이 취득한 부동산의 몰수보전을 청구하는 과정에서 법원은 “목포시와 관련한 도시재생 뉴딜 시범사업 내용이 외부적으로 공개된 2017년 12월 14일에는 해당 사업 내용에 대한 비밀성이 상실됐다고 본다”고 밝혔다. 

 
검찰은 손 의원이 2017년 6월부터 올해 1월까지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내에서 불법적으로 부동산을 사들였다고 보고 기소했는데, 이 중 2017년 12월 14일까지는 비밀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린 셈이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