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천장, 유리바닥에 노출된 사람들도 새들만큼이나 절박한 처지다. 유리천장(glass ceiling)은 1970년대 후반 미국 사회에서 여성 승진의 어려움을 비판하며 등장한 용어인데 한국에선 지금도 존재감을 내뿜는다. 세계여성이사협회(WCD)가 조사한 상장기업 여성 임원 비율은 한국이 2.3%(2019년 1분기 기준)로 프랑스(41.2%), 스웨덴(36.9%), 미국(23.4%)에 크게 뒤처진다. 평등의 가치를 신봉한 여성들은 유리장벽 바로 저편 남성 사회의 위선에 치를 떨고 있다.
유리바닥(glass floor)은 또 어떠한가. 특권층의 신분 추락 방지 장치가 최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로 드러나면서 대학 입시 제도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보이지 않는 장벽 위의 경쟁자를 상대하기 위해 학원가를 맴돌던 학생과 학부모는 배신감에 분노했다.
19일 문재인 대통령의 ‘각본 없는’ 국민과의 대화에 대해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뭔가 유리장벽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진솔한 대화로 유리벽에 갇힌 듯한 국민의 숨통이 트이길 기대한다. 동시에 유리장벽은 가까이서 확인될수록 치명적이라는 사실에도 유념해주길 바란다.
김승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