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명보(明報)에 따르면 고등법원은 "복면금지법으로 인한 기본권 제한이 공공 안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합리적 수준을 넘어섰다"며 “홍콩 기본법 규정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지난달 4일 ‘긴급정황규례조례(긴급법)’를 발동해 다음날 오전 0시부터 불법 집회 또는 합법 집회를 막론하고 신분 식별을 제한할 수 있는 복면 착용을 금지했다. 이에 홍콩 민주화를 지지하는 민주파 의원 24명과 시민사회단체가 복면금지법 위헌 소송을 제기했다.
앤더슨 초우 카밍(Anderson Chow Ka-ming) 판사는 106페이지 분량의 판결문에서 “공공의 안전이 위협받는 모든 경우에 대해 홍콩 행정 책임자(행정장관)가 긴급조치를 발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홍콩 헌법 격인) 기본법과 양립할 수 없다”며 "공공장소에서 시민들에게 마스크를 벗도록 경찰이 강제하는 조치는 과도하다. 이는 사실상 경찰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에 제한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복면금지법에는 공공 집회에서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는 조항뿐 아니라 집회 참여 여부와 상관없이 경찰관이 공공장소에서 시민에게 마스크를 벗을 것을 요구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겼다. 이를 어길 경우 최고 1년의 징역형이나 2만5000홍콩달러(371만원)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홍콩 경찰은 지난 7일 기준으로 남성 247명과 여성 120명 등 347명을 복면금지법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
24명의 민주파 의원과 렁궉훙(Leung Kwok-hung) 변호사는 판결 직후 입장문을 통해 “긴급법은 의회를 우회하는 무제한의 권력을 정부에 준 것이란 점에서 기본법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공공질서와 무관하게 자유에 대한 근본적인 제한을 가한 법안을 위헌성을 입증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훈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