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국(세계랭킹 3위)은 1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결승전에서 일본(세계 1위)에 3-5로 역전패했다. 전날 수퍼 라운드 최종전에서 일본에 8-10으로 졌던 한국은 하루 만의 재대결에서 총력을 다했으나 뒷심이 부족했다. 2015년 제1회 프리미어12 우승팀인 한국은 2연패(連霸)에 실패했다. 한국은 승리수당을 포함해서 상금 84만 달러(약 10억원)를 받았다.
프리미어12 결승 한국 3-5 일본
1회 3점 뽑았지만 양현종 4실점
내년 도쿄 올림픽 진출권은 확보
욱일기 등장한 대회 운영엔 눈살
그러나 믿었던 에이스 양현종이 흔들렸다. 1회 말 사카모토 하야토를 볼넷으로 내보낸 뒤 4번타자 스즈키 세이야에게 왼쪽 담장을 때리는 1타점 2루타를 내줬다. 2회 말에는 2사 후 볼넷과 내야안타를 맞은 뒤 1번타자 야마다 데쓰토에게 3점 홈런을 허용했다. 3-4 역전. 양현종은 결국 3이닝 4실점 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이후 한국은 득점 기회를 계속 만들었지만 아쉬운 주루가 연이어 나왔다. 3회 초 선두타자 김하성이 안타를 때려 출루했으나 김재환의 좌익수 뜬공 때 2루 태그업을 시도하다 아웃됐다. 5회 초 1사 1루에선 김하성이 헛스윙 삼진을 당하는 사이, 2루로 달리던 김상수가 협살에 걸려 아웃됐다. 일본은 7회 말 아사무라 히데토의 적시타로 한 점을 더 달아났다.
과거 한국은 도쿄돔에서 열린 한·일전에서 명승부를 자주 만들었다.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경기에선 이승엽이 역전 투런포를 뿜어냈고, 2라운드 경기에선 이종범이 좌중간을 가르는 결승 2루타를 날렸다. 2015년 프리미어12 준결승에선 0-3으로 끌려가다 9회 초 4점을 뽑아 역전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8·9회에도 무력하게 물러나면서 ‘도쿄의 기적’을 재현하지 못했다.
한국과 일본은 12년 만에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도쿄 올림픽에서 다시 만날 확률이 크다. 올림픽 본선에는 총 6개국이 출전하는데, 일본은 개최국 자격으로 가장 먼저 출전권을 얻었다. 올림픽 예선을 겸한 이번 프리미어12에서 한국(2위)은 대만(5위)·호주(6위)를 제치고 도쿄행 티켓을 확보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9전전승 우승을 이끈 김경문 감독은 “도쿄 올림픽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말했다. 야구대표팀 최종 목표가 내년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것인 만큼, 프리미어12를 통해 이정후·강백호·이영하 등 젊은 선수들이 성장한 것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16일 한·일전에서는 욱일기를 흔드는 일본 팬도 있었다. WBSC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자 17일에도 욱일기가 등장했다. KBO의 항의에 WBSC는 “현재 분쟁 상황이 아니며,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금지하지 않은 걸 WBSC가 제한할 수 없다”고 대답했다. ‘최고’를 뜻하는 대회 이름 프리미어와 달리, 수준과 품격은 ‘일류’와 거리를 둔 채로 제2회 대회를 마쳤다.
도쿄(일본)=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