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확성기 공방부터였다.
홍콩 폴리테크닉대, 경찰-시위대 정면 대치
경찰, AR-15 조준사격...음향대포 첫 등장
중국군, 주둔군부대서 착검한 채 경비 나서
시위대, 화살 쏴...경찰 1명 다리 관통상
경찰 : “이공대 앞의 자칭 대학생 시위자. 길가에 앉아 뭘 하나. 집에 돌아가 책이나 봐라.”
학생 시위대 : “대학은 시험쳐서 들어오는 곳이지 진격해 들어오는 곳이 아니다. 물대포를 마누라보다 더 끼고 지내는 걸 보니 물대포가 네 마누라냐!”
2009년 미국 피츠버그 세계 20개국(G20) 정상회의를 통해 시위대 해산 용도로 첫 선을 보였고 이후 위력이 입증되자 미 전역에 시위 진압용 장비로 확산된 바 있다. 최대 500m 거리에서 150dB 안팎의 음파를 쏘는 방식으로, 음향대포에 맞으면 고막이 찢어질 듯한 통증과 함께 구토와 어지러움을 동반하게 된다.
경찰의 초강경 진압에도 시위대는 밀리지 않았다. 화살과 자체 제작한 투석기로 돌과 화염병을 날리며 맞섰다. 홍콩 중문대 시위 당시 사용됐던 화살도 다시 등장했다. 시위대는 경찰을 향해 화살을 발사했고 결국 경찰 한 명이 왼쪽 다리에 화살을 맞았다. 부상자는 경찰 공보관으로 알려졌으며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실제 경찰이 맞아 부상을 입은 건 처음이다.
공방전이 벌어지는 동안 채텀로 남쪽 폴리스 라인 주위에선 시민들이 연신 시위대를 응원했다. 신부복을 입은 한 외국인 남성은 “홍콩에 자유를, 자유ㆍ민주주의ㆍ인권을 응원한다”고 외쳐 시민들의 환호를 받기도 했다. 경찰은 최루탄 발사 경고 문구가 적힌 검은 깃발을 들고 시민들의 해산을 종용했다. 주변에선 100여 명 가까운 내외신 기자가 현지 상황을 실시간으로 타전하고 있었다.
이날 시위 현장에서 홍콩 주둔 인민해방군(PLA)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채텀로 인근에 있는 주둔군 막사에서 총에 대검을 꽂은 채 경계를 서고 있는 군인들의 모습이 현지 언론에 포착됐다. 평소 경계 근무시 착검까지 하지 않는 전례로 미뤄 시위에 대비해 부대 경계를 강화한 것으로 풀이됐다. 일각에선 시위대를 위협하기 위한 메시지라는 해석도 나왔다.
한편 시위대는 홍콩섬 에딘버러 광장에 모의 베를린 장벽을 세우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키스하는 그림을 그려 이들을 조롱하기도 했다. 홍콩 교육 당국은 전체 휴교령은 18일까지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중학교, 특수학교 등 홍콩 내 모든 학교 수업이 중단된 것이 지난 14일부터 벌써 닷새째다.
홍콩=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