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또 “조ㆍ미(북ㆍ미) 대화와 관련해 제기할 문제나 생각되는 점이 있다면 허심하게 협상 상대인 나와 직접 연계할 생각은 하지 않고 제3자를 통해 이른바 조ㆍ미 관계와 관련한 구상이라는 것을 공중에 띄워 놓고 있는 데 대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는 도리어 미국에 대한 회의심만 증폭시키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대사는 “미국이 우리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저해하는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정세 변화에 따라 순간에 휴지장으로 변할수 있는 종전선언이나 연락사무소 개설과 같은 부차적인 문제들을 가지고 우리를 협상에로 유도할 수 있다고 타산한다면 문제 해결은 언제 가도 가망이 없다”고 말했다.
김 대사가 거부 의사를 명확히 밝힌 종전선언과 연락사무소 개설은 북한에 대한 체제 안전보장책의 일환으로 한ㆍ미가 검토했던 조치들이다. 북한도 지난해 6ㆍ12 싱가포르 북ㆍ미 정상회담 직후에는 종전선언에 큰 관심을 보였지만, 이제 더 이상 유효한 카드가 아니라고 선을 그은 것이다.
대신 김 대사는 생존권과 발전권 보장, 즉 제재 해제를 또 강조했다. ‘스톡홀름 노딜’ 이후 공개적으로 밝힌 입장 그대로였다.
김 대사는 “우리는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면 임의의 장소에서 임의의 시간에 미국과 마주앉을 용의가 있다”며 “하지만 미국이 지난 10월 초 스웨덴에서 진행된 실무협상 때처럼 연말 시한부를 무난히 넘기기 위해 우리를 얼려보려는 불순한 목적을 여전히 추구하고 있다면 그런 협상에는 의욕이 없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원하는 제재 해제를 미국이 들고 온다는 조건 하에 협상에 응할 수 있다는 뜻으로 호락호락 대화에 다시 나서진 않겠다는 데 더 방점이 찍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김 대사의 담화는 13일 북한 국무위원회 대변인 명의로 한ㆍ미 연합 훈련 시 새 길을 모색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은 데 대해 마크 에스퍼미 국방부 장관이 “외교의 문을 열어두기 위해 연합훈련을 조정할 수 있다”고 사실상 유화 제스처를 취한 뒤에 나온 반응이다. 미국이 대화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자 보다 높은 수준의 요구사항을 관철하기 위해 이틀 연속 스피커를 가동하는 모양새다.
김 대사는 “미국 측이 우리에게 제시할 해결책을 마련했다면 그에 대해 우리에게 직접 설명하면 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나의 직감으로는 미국이 아직 우리에게 만족스러운 대답을 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며 미국의 대화 제기가 조ㆍ미 사이의 만남이나 연출해 시간벌이를 해보려는 술책으로밖에 달리 판단되지 않는다”고 비관적 견해를 드러내며 담화를 마무리했다. “다시 한 번명백히 하건대 나는 그런 회담에는 흥미가 없다”면서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