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해외 사업은 이해진 GIO가 총괄하고 있으며, 야후재팬은 손정의(62)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자 회사다. 글로벌 강자 구글에 대항하기 위한 이해진-손정의 동맹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새 법인 만들어 야후재팬과 네이버 라인 거느리도록
전날 닛케이등은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두 회사가 각각 50%의 지분을 보유한 새 법인을 설립한 뒤 이 회사 아래에 야후재팬 운영사인 Z홀딩스를 두고, 그 아래에 야후재팬과 네이버 라인을 두는 통합 모델에 상당 부분 합의를 이뤘다고 보도했다. 닛케이는 “다음 달 내 통합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해진 네이버 GIO 진두 지휘
라인-야후재팬간 통합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이해진 GIO가 지난 7월4일 한국을 찾은 손 회장을 만난 지 4개월 만이다. 당시 손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 "첫째도 인공지능, 둘째도 인공지능, 셋째도 인공지능"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손 회장은 청와대 방문 뒤 이 GIO를 비롯,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구광모 ㈜LG 대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와 만찬을 했다. 이 GIO는 이후 일본에 머물며 관련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두 회사의 동맹은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네이버는 2000년 ‘네이버재팬’을 설립한 이래 일본 시장 진출을 꿈꿔왔지만, 당시 검색 시장의 절대 강자 야후재팬에 막혀 고배를 마셨다.
네이버가 존재감을 드러낸 건 2011년 출시된 라인이 성공한 이후의 일이다. 그사이 야후재팬에도 라인은 필요한 파트너가 됐다. 한때 80%대를 넘나들던 야후재팬의 검색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22%대까지 쪼그라들었다. 구글에 밀려서다. 구글의 점유율은 75% 선이다. 라인 역시 간편결제 관련 마케팅 비용 증가로 고민하던 참이었다.
손 회장은 최근 들어 자신이 주도한 비전펀드가 미 오피스 공유업체 위워크의 실적 악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여기에 야후재팬의 인공지능(AI)이나 빅데이터(Big Data) 관련 역량이 밀린다는 인식에, AI와 빅데이터에서 기술을 가진 네이버와 손잡는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프랑스 기업과 협력 강화
한 마디로 미국ㆍ중국의 거대 인터넷 기업에 맞서기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유럽ㆍ일본 기업과 손을 잡고 협력하겠단 의미다. 네이버는 2017년 프랑스 소재 제록스리서치센터유럽(XRCEㆍ현 네이버랩스)을 인수했다. 지난해에는 프랑스 현지 자회사에 2589억원을 출자한 바 있다. 미국 세(勢)가 약한 프랑스에 유럽 진출 교두보를 세워둔 것이다.
구글·애플에 맞설 아시아 동맹 구체화
경영 통합이 성사되면 두 회사 모두 재무적 부담도 덜 수 있다. 페이페이(야후재팬)와 라인페이는 라쿠텐페이에 이어 일본 간편결제 시장의 2ㆍ3위 서비스인데, 두 회사 모두 시장 선점을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아붓고 있다. 한 예로 라인페이는 지난 5월에만 300억 엔(약 3230억원) 규모의 포인트 환급 행사를 했다. 대규모 자금 투입은 모회사인 네이버에도 부담이 됐다. 이런 공격적 마케팅으로 네이버의 올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48.8% 감소한 1283억원에 그치기도 했다.
비용 아끼는 동시에 동남아 진출 등에도 호재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