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도심 곳곳이 거대한 시가전 전장으로 변했다.
13일 밤 구룡반도의 번화가 몽콕 도로는 보도블록으로 쌓은 탑으로 뒤덮였다. 시위대는 상무인서관 등 중국계 상점을 파괴했다. 시위대 증거 채집을 위해 경찰이 잠복하던 차량은 검게 불탔다. ‘개차(狗車)’라고 적힌 스프레이가 경찰용 차임을 알렸다. 검은 옷에 복면을 한 시위대는 화염병을 쌓아 놓고 경찰의 진입에 대비했다. 경찰 장갑차가 보도블록 사이로 돌진하는 장면도 목격됐다.
거리에는 “광복 홍콩시대 혁명”이라 적힌 한글 구호도 보였다. “공비타도, 인민구제”라는 한국에서 오래전 사라진 공비(共匪·공산당 도적 떼)라는 낙서도 등장했다.
몽콕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네이든 로드 중앙선을 지키던 존(가명·25)은 “폭력 경찰의 진압을 늦추기 위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수백명의 젊은이들은 연신 블록을 깨며 벽돌 바리케이드를 높였다.
지나던 홍콩 시민 피터(가명·36) 씨는 “도심 바리케이드는 오늘 처음 등장했다”며 “도의를 잃은 경찰을 규탄하기 위한 파업에 홍콩 시민의 동참을 유도하려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시위대의 반달리즘(공공 기물 파손)의 숨은 의미를 알려달라고 부탁했다.
대중교통의 운행을 막아 파업 동참을 강제하려는 ‘아침 햇살(晨曦) 행동’은 14일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총파업, 동맹휴업, 상가철시를 강행하는 삼파(三罷) 운동 역시 계속된다.
홍콩 교육 당국은 시위가 격화되자 13일 초·중·고 모든 학교에 임시 휴교령을 선포했다.
홍콩의 대학 캠퍼스는 ‘전쟁터’로 변했다. 중문대에는 화염병은 물론 불화살과 투석기도 등장했다. 학사 진행이 불가능해지자 중문대는 이번 학기 종강을 선언했다. 경찰은 “대학 교정이 ‘무기고’로 변했다”며 폭력 행위를 규탄했다. 중문대 학생회 측은 동문과 지지 시민의 물자 지원이 답지한다고 페이스북을 통해 알렸다.
중국과 한국인 등 유학생의 엑소더스(탈출)도 본격화됐다. 중국 본토 출신 학생들은 13일 페리와 고속철도를 이용해 속속 본토로 돌아갔다.
주홍콩 한국 총영사관은 이날 중문대 기숙사에 있던 한국 유학생 40여 명의 탈출을 지원했다. 이 중 30여명은 곧바로 공항을 통해 귀국길로 올랐다. 홍콩의 한국인 유학생 1600여 명 중 상당수의 귀국이 예상된다.
13일 하루 동안 각종 폭력 시위로 58명이 다쳤으며 1명은 중태다. 경찰은 시위대의 투석을 막기 위해 중문대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총학생회는 수색영장이나 대학 당국의 요청이 없는 상태에서 경찰의 진입을 금지하는 명령을 내려줄 것을 법원에 요청했으나 기각됐다.
한편 이날 중국 인민해방군이 주둔하는 섹콩(石崗) 군영에서 군인들이 시위 진압복을 입고 훈련하는 모습이 목격됐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보도했다.
홍콩=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