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전국 골프장이 붐비는 까닭은

중앙일보

입력 2019.11.14 00:02

수정 2019.11.14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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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골프장이 호황이다. 수도권의 한 명문 골프장 마케팅 담당자는 “11월은 일조시간이 짧아 부킹 청탁이 많은데 올해는 유난하다. 전화기를 꺼놓고 싶을 정도다. 불경기가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가을 수도권 골프장 부킹 난은 늘 있는 일이다. 그런데 올해는 지방으로 퍼졌다.
 
81홀 규모의 군산 골프장 서종현 부사장은 “올해는 한 달 전 부킹이 끝난다. 골프장이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한 2009년 이후 처음”이라고 말했다. 부킹 사이트 골프옥션 박태식 대표는 “올해는 어마어마하다. 한산하던 제주도 코스에도 엄청나게 몰린다. 손님이 많아 골프장들은 비수기인 12월에도 가격을 내리지 않겠다고 할 정도”라고 전했다. 레저산업연구소 서천범 소장은 “올 골프장 이용객은 지난해 3584만 명에서 5~6% 정도 늘어난 3750만 명으로 전망된다. 역대 최대 내장객 수를 경신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추세로는 이 예상보다도 많을 것 같다.

2030·여성 많이 찾고 날씨도 한몫
역대 최고 호황, 지방서도 부킹난

올해 골프장이 붐비는 이유는 날씨가 평년에 비해 포근해서다. 외부 요인도 있다. 일본을 주로 취급하는 골프 여행사 J홀리데이 이창석 대표는 “반일감정 여파로 일본 골프 여행이 90% 줄었다. 일본 골프 여행을 가던 사람들이 국내 1박2일 여행을 하면서 지방 골프장까지 호황을 누리는 것”으로 분석했다. 김국종 3M 골프경영연구소 대표는 “일본 골프 여행객 영향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일본에 가던 골퍼는 동남아로 갈 수 있다. 골프장 그린피가 내려 스크린 골프를 즐기던 사람들이 진짜 골프장으로 넘어오면서 생긴 현상”으로 분석했다.
 
더 큰 변화도 눈에 띈다. 대부분의 골프장은 주중 여성 비율이 50%를 넘었다. 20, 30대 젊은 골프 인구도 늘었다. 특히 젊은 여성 사이에는 예쁜 골프웨어를 입고 인증샷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게 유행이다. 골프옥션 박태식 대표는 “1인 가구 구성원의 경우, 경제적 여유가 있고 자기 투자에 적극적이다. 젊은 골퍼들은 비용을 철저히 분담해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