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에서 구석기인으로 산다는 건 시대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없는 사고방식의 소유자라는 의미일 것이다. 평소에 구석기인, 신석기인, 청동기인이고 간에 모든 생명체는 희로애락이 교차하는 인생을 결국 잘 살고 간다는 것을 믿는 필자이므로 특정 시기의 인류를 폄하할 일은 전혀 없다. 다만 공허한 진영대치가 지속되는 작금의 상황에서 그 말의 의미를 공유하고 싶어서 소환해 보는 거다.
구석기인들은 깨뜨린 돌을 특별한 가공 없이 생활도구로 사용하며 사냥감이나 먹잇감이 있는 곳을 찾아 이동하는 수렵과 채집의 생활을 했다고 한다. 소통은 몸짓, 얼굴 표정, 장식, 자연현상, 동식물을 활용하는 비언어를 주로 사용하고, 기록언어 보다는 음성언어를 사용했다. 눈으로 볼 수 있는 거리만큼, 귀로 들을 수 있을 공간만큼의 시공간에서 하는 소통이니 목적과 대상도 단출했다. 이에 비해 현대사회에서 소통은 디지털 연결망과 인터넷을 통하여 개인, 가정, 회사, 공동체, 국가, 전 지구로 동시다발적으로 이동하면서 개인과 집단의 욕구를 담은 정보를 상대해야 한다. 소통의 대상, 범위, 규모, 방법, 목적이 구석기와는 전혀 다른 세계인 것이다.
생각을 고정하는 못을 뽑아내면 세상이 밝아진다. 청와대 정무수석이 국회 예결위에서 야당의원을 향해 삿대질을 하고 고함을 지른 것에 대해 ‘정부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 부적절’하며, ‘송구하다’는 국무총리의 사과는 우리 정치권에서는 보기 드문 일이었다. 잘못을 인정하는 사과의 소통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생각에 못이 박힌’ 정치인, 관료들과는 다른 총리의 말은 ‘아름다고 멋지다’는 야당 의원의 화답과 예결위의 정상적 운영으로 이어졌다. 생각을 바꾸고, 소통하면 역지사지의 이해와 사회통합이 따라온다. 생각과 정책을 못 박겠다는 오만과는 이별하고, 변화에 유연하고 미래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대한민국으로 가야 한다.
김정기 한양대 신문방송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