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 연천 지역 민간인 출입통제선(민통선) 주민들이 시위에 나섰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을 막기 위해 한 달이 넘도록 민통선과 비무장지대(DMZ) 일대에 대한 안보 및 생태, 체험 관광이 중단된 때문이다.
파주시 통일촌, 해마루촌, 대성동 마을 등 3개 민통선 내 정착촌 주민 100여 명은 지난 8일 오전 10시 민통선 경계인 통일대교 남단에서 트랙터 5대와 피켓 등을 동원해 모여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지난달 초부터 중단되고 있는 안보 관광 재개를 촉구했다.
이완배 통일촌 이장은 “민통선 지역의 주요 고객은 모두 외지 관광객인데 안보 관광 중단으로 한 달 이상 식당에 손님이 없다”며 “안보 관광이 재개될 때까지 주민들은 지속해 집회를 이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해마루촌 농촌체험마을 조봉연 추진위원장은 “지난달 2일부터 ASF 확산 방지를 위해 제3땅굴·도라전망대·도라산역 등 DMZ 관광, 시티투어, 임진강 생태탐방 등의 안보 관광이 중단되는 바람에 관광객을 통해 생계를 이어가는 민통선 주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논밭에는 들어가지 않은 민통선 관광을 무조건 막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1개월 넘게 대책 없이 관광객 출입 금지”
민통선 주민들은 이와 함께 “환경부 장관은 사람이 야생멧돼지 접촉으로 ASF에 감염된 사실이 있는지에 대해 철저히 밝혀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안보 관광객은 차량으로 정해진 장소만 견학한다”면서 “관광객이 ASF를 옮긴다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파주시도 군부대에 DMZ 관광 재개 요청
파주에서는 지난 9월 17일 연다산동에서 국내 처음 ASF가 발병한 뒤 지난달 3일 문산읍까지 5곳의 양돈농장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4일 ASF 차단 방역을 위해 파주지역 111개 농가의 돼지 11만538마리를 전량 수매하거나 살처분 처리해 없애는 특단의 조치를 했다.
연천군 민통선 지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석우 연천임진강시민네트워크 공동대표는 “임진강 빙애여울은 전 세계에 3000여 마리만 남은 멸종 위기 희귀 겨울 철새인 두루미(천연기념물 제202호)의 최대 월동지”라며 “빙애여울을 방문하면 이색적인 겨울 생태관광과 자연학습이 가능한 데 현재 민통선 관광 중단이 중단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연천 두루미 월동지 볼 수 없어
연천 민통선 내인 남방한계선 철책 부근 태풍전망대는 휴전선 남측 11개 전망대 가운데 북한과 가장 가까이 있다. 북한 최전방 지역을 망원경으로 조망할 수 있다. 중부전선의 가장 인기 있는 안보 관광지다. 인근에 임진강 빙애여울 두루미 월동지를 조망할 수 있는 임진강평화습지원도 있다.
이석우 공동대표는 “현재 연천 민통선 지역에서는 방역 활동이 철저히 이뤄지고 있는 데다 도로변의 제한된 장소에서만 이뤄지는 연천 민통선 관광으로 인해 ASF 확산 가능성은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지역 관광 및 경제 활성화를 위해 민통선 생태·안보 관광이 즉각 재개돼야 한다”고 말했다.
연천에서는 지난 9월 18일 백학면에 이어 지난달 10일 신서면 등 2개 양돈농장에서 ASF 확진 판정을 받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9일 신서면에서 또다시 ASF가 발생하자 74개 모든 양돈농가의 총 13만4268마리 돼지를 모두 살처분하거나 수매해 없애기로 했다.
한편 경기도 민통선 일대와 DMZ에서는 연천이 지난달 11일부터 31일까지 8건, 파주가 지난달 16일부터 지난 6일까지 6건 등 총 14마리의 야생 멧돼지 폐사체에서 ASF 바이러스가 각각 검출됐다.
파주·연천=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