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오후 경기도 연천군 중면 횡산리 민통선 내 임진강 빙애여울. 민간인의 출입이 금지된 이곳 임진강 상류에 직선거리로 1000km나 떨어진 시베리아에서 겨울을 나고 장거리를 날아온 재두루미 무리가 관찰됐다. 세 가족 11마리였다. 지난해 재두루미 부부 한 쌍이 월동을 위해 가장 먼저 선발대로 귀환한 날과 똑같은 날이었다.
반갑다. 임진강 진객 재두루미(천연기념물 제203호).
이날 재두루미 귀환을 확인한 이석우 연천임진강시민네트워크 공동대표는 “재두루미와 두루미(천연기념물 제202호)는 번식지이면서 서식지인 시베리아에서 매년 11월 초순부터 월동을 위해 이곳으로 날아와 이듬해 3월 중순까지 머문다”고 소개했다.
지난 겨울엔 두루미, 재두루미 600여 마리 월동
이석우 공동대표는 “임진강 두루미와 재두루미는 강이 얼음장으로 변하는 한겨울에도 얼지 않는 강가 10∼30㎝ 깊이의 물살이 빠른 여울에서 주로 지낸다”며 “다슬기와 작은 물고기 등을 잡아먹고, 살쾡이 등 천적을 피해 잠도 잔다”고 했다.
빙애여울 주변 산기슭에서도 두루미와 재두루미를 볼 수 있다.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어려운 진귀한 두루미와 재두루미의 생태다. 통상 두루미와 재두루미는 여울과 호수 및 평평한 논밭 등지에서 월동한다. 이에 반해 임진강 두루미와 재두루미는 임진강 여울과 주변 산기슭의 율무밭 일대에서 겨울을 나는 게 특징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 방지 위해 관광객 출입금지
이석우 공동대표는 “임진강 빙애여울은 전 세계에 3000여 마리만 남은 멸종 위기 희귀 겨울 철새인 두루미의 최대 월동지”라며 “빙애여울을 방문하면 이색적인 겨울 생태관광과 자연학습이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이런 두루미와 재두루미의 임진강 빙애여울 월동지를 일반인들은 당분간 볼 수 없다. 지난달부터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 방지를 위해 민통선 일대에 대한 안보 및 생태관광이 전면 금지되고 있어서다.
연천=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