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소통부족=심각하다. 그와 대화한 의원들은 “아무리 열심히 얘기해도 ‘잘 들었다’는 한마디로 끝난다”고 푸념한다. “자기 생각을 얘기하지 않는다. 검사 생활을 오래 해선지 자신을 지키려는 경향이 강한 듯하다. 민원인이 문제점을 지적하면 ‘그게 왜 잘못이냐’며 따진다고 한다” 는 것이다. 여론 수렴도 비서실장 등 주변 의원들 아니면 ‘총선에서 160석은 먹을 것’이라고 애드벌룬을 띄우는 60대 인사들로 국한돼 보인다는 말이 나온다. 비선 논란도 있다. 황교안이 회의 뒤 나갔다 오면 결정이 뒤바뀌곤 한다는 것이다. 자료를 올리면 이튿날 페이지마다 메모가 가득하다는 전언도 있다.
만시지탄 우파대통합 선언 환영
소통 부족·친박 편중 해소하고
거물급 낙천·2040 물갈이 절실
그럼에도 황교안이 이들을 주변에 포진시킨 것은 고정된 지지기반이 없다는 불안감 속에 이들에 의지해야 편안함을 느껴서 그런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 충분하다. 그게 사실이라면 야권 대통합은 실패로 돌아갈 우려가 크다. 계파와 지역을 뛰어넘어 당내 다양한 세력과 소통해야만 유승민과 통합하고 중도로 외연을 확장할 여지가 생긴다. 검찰·경제 부처·국정원·군 출신 의원들에 너무 의지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③ 디테일 부족=‘우파 대통합’을 선언했지만 구체적인 그림이 뭔지 궁금하다는 의원들이 많다. “한국당은 당명을 바꾼 적은 많지만 민주당처럼 당을 해체하고 제3지대에서 대통합을 해본 경험이 전무하다. 그런데 정치 경험이 없고 원외인 황 대표가 제3지대 대통합도 고려하겠다고 했으니 기대에 앞서 걱정도 크다”는 것이다. 황교안이 달포 가까이 유승민 측과 통합을 물밑 논의하면서 “뭉쳐야 산다”는 원론만 반복할 뿐 구체적인 협상은 회피해온 점도 이런 걱정을 부채질한다.
④ 장외집회 집착=조국이 퇴진(10.14)한 닷새 뒤 광화문에서 대규모 집회를 여는 등 총선을 앞두고 장외집회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 것도 우려를 산다. 수도권 한 당협위원장의 푸념이다. “조국 사퇴 뒤엔 야권 통합과 공천 개혁이 화두인데 황 대표가 ‘우리가 조국 하나 때문에 거리 나갔냐’며 집회를 강행하길래 걱정이 컸다. 결국 19일 집회는 이전 인원의 3분의 2밖에 모이지 않았다. 무리수가 많다. 광화문 집회 한번 열렸다 하면 원외는 300명, 의원은 400명씩은 동원해야 한다. 지방은 버스 동원하고 참석자들 식사 두끼는 먹여야 하며 늦게 끝나면 택시비도 줘야 한다. 500만원은 들 텐데 전부 의원이나 위원장 부담이다. 뿐인가. 인증샷(사진)을 집회 전후와 중간 3차례 찍어 당 사무처에 제출해야 한다. 이게 정상인가. 그 부담은 고스란히 대표에 간다. 그럼에도 황교안이 장외집회에 집착하는 건 원외다 보니 광장에서 자신에 쏟아지는 환호에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이런 장면을 계속 연출해야 힘을 유지할 수 있다고 여기는 듯하다. 하지만 총선이 반년도 남지 않은 지금은 집회 대신 공천 개혁과 통합이 대표의 존재감을 키우는 핵심 수단일 것이다.”
⑤ 부족한 시간=통합은 빠를수록 좋다. 친박 중진들 말처럼 ”내년 1, 2월에 보자“하면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영남권에서 친박 다선 대신 20~40대 후보들을 대거 공천하고, 다선들은 수도권 험지에 공천하거나 백의종군을 끌어내야 한다. 국민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지명도 있는 의원들을 물갈이하는 것이 중요하다. 2016년 총선에서 민주당의 비대위원장을 맡은 김종인은 이해찬과 정청래를 낙천시켜 ‘충격과 공포’를 안김으로써 패색 짙었던 게임을 일거에 승리로 이끌었다.
강찬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