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식을 접한 유경준 한국기술교육대 교수(전 통계청장)는 “35만~50만 명의 정규직이 비정규직으로 바꿔 답했고, 따라서 폭증한 게 아니라는 것인데, 근거가 없다”며 일축했다. 그는 “국가 통계를 분석하면서 팩트에 근거하지 않고 인간의 심리적 변화까지 추정해 해석하는 것은 정책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며 혀를 찼다. 5일 기자와 만난 유 교수는 비정규직 규모 논란을 통렬히 비판했다.
근로형태별 부가조사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규모와 실태를 조사하는 작업이다. 노사정 합의로 2003년부터 하고 있다. ‘비정규직 제로’ 선언을 한 현 정부의 올해 성적표는 역대 최악이다. 무려 86만7000명 늘었다. 정부도 적잖이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어떻게 해명할지를 두고 고민한 흔적이 역력해서다.
그렇게 찾아낸 게 “3월부터 경제활동인구조사를 하면서 병행조사를 했는데, 그 영향으로 정규직이 비정규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 수치상 급증했다”는 해명이다. 요약하면 설문에 답한 국민의 심리상태가 변해 비정규직도 아닌데 비정규직으로 답했을 뿐 실제는 안 늘었다는 말이다. 추정으로 통계를 포장하는 셈이다.
더욱이 병행조사는 3·6월 경활 조사 때 했다. 8월 부가조사에선 병행조사 질문이 없다. 조사 항목이나 분류기준은 2018년 부가조사 때와 같다. 그러니 시계열 비교에 무리가 없다. 국가 통계는 그래야 한다.
근로형태별 부가조사는 전 세계에서 한국만 한다. 17년 동안 해왔다. 내용도 질문 한 개 달랑 권고한 ILO안(병행조사)보다 정밀하고, 포괄적이다. 이렇게 나온 자료를, 고작 병행조사를 내세워 부정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다.
유 교수는 “3월과 6월의 경활 조사에서 문항을 하나 삽입했다고 8월 부가조사에서 답변자가 그 기억을 끄집어내는 기적을 발휘해 비정규직이라고 답을 바꾸는 일이 가능하기나 한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병행조사는 몇 년 전 광주에서 시범실시를 했는데 정부가 지금 주장하는 문제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유 교수는 “올해 계속된 고용조사에서 단시간 근로자와 정부가 돈을 퍼부어 만든 노인 일자리 같은 비정규직이 확 늘지 않았는가”라고 말했다. 비정규직 급증은 추세를 반영한 것일 뿐 예견됐던 일이라는 뜻이다. 그가 마지막으로 한마디 했다. “충격을 줄이려 왜곡해선 안 된다. 통계를 바탕으로 정책을 재점검하는 게 정부가 할 일이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