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자체에 부는 케이블카 열풍은 사실 거품이 많다. 다른 지역에 ‘더 높고 더 크고 더 긴 놈’이 나타나면 기존 케이블카는 금세 고철 취급을 당한다. 국내 52개 케이블카 중 서너 곳만 흑자를 내는 현실이 이를 증명한다. 전국 해상 케이블카 중 소위 ‘대박’이 난 세 곳을 다 타 보고 장단점을 비교했다.
국민 4분의 1이 탔다-통영
통영케이블카는 2008년 4월 개통해 지난 8월까지 모두 1400만 명이 탑승했다. 어느새 국민의 4분의 1이 탄 셈이다. 통영케이블카의 성공은 관광 대박 아이템을 찾는 전국 지자체의 가슴에 일제히 불을 당겼다.
통영 미륵도의 미륵산(461m) 8부 능선(380m)에 케이블카 정류장이 있다. 여느 해상 케이블카처럼 바다를 건너거나, 바닥이 유리로 된 캐빈을 갖춘 건 아니다. 그러나 전망은 해상케이블카 못지않다. 통영 유람선 터미널 옆 하부역사에서 출발하면, 이내 통영항이 내려다보이고 한산도‧화도‧비진도 등 한려수도의 장쾌한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맑은 날은 대마도까지 시야에 잡힌단다.
편도 티켓만 끊어 미륵산 산행을 하는 방법도 있다. 미륵산 북쪽 입구인 용화사에서 산꼭대기까지 대략 1시간 20분이 걸린다. 여기에서 케이블카 전망대까지는 15분 거리다. 케이블카에서 일몰과 야경을 볼 수 없는 건 아쉬운 대목. 오후 4시면 문을 닫는다(여름 성수기에는 오후 6시까지).
밤바다의 낭만-여수
여수해상케이블카는 길이가 짧은 편이다. 편도 1.5㎞에 불과하다. 그러나 세 가지가 특별했다. 1988년 부산 송도 케이블카카 철거된 뒤 처음 등장한 해상 케이블카로 바다 위를 나는 듯한 경험을 선사했으며, 바닥이 강화 유리로 된 ‘크리스탈캐빈’을 처음 선보였다. 오후 9시 30분까지 운행해 서울 남산 케이블카에서나 감상했던 야경도 펼쳐졌다. 여수해상케이블카 송진민 상무는 “야경도 좋지만 11월에는 ‘여자만’을 물들이는 낙조가 연중 가장 아름답다”며 “일몰 시각에 맞춰 자산에서 돌산 방향으로 가는 케이블카를 타면 된다”고 말했다.
여수해상케이블카의 인기는 예전만 못하다. 남해안 곳곳에 케이블카 들어서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 이제는 주말에도 대기시간이 20분이 채 안 걸린다. 2년 전만 해도 1시간씩 기다렸다. 대기시간 없이 8인승 캐빈을 통째로 빌리는 ‘프리미엄 티켓(30만원)’을 선보인 것은 이와 같은 고민의 결과라 할 수 있다.
국내 최장 기록-목포
케이블카는 3개 스테이션을 순환한다. 구도심 쪽 ‘북항 스테이션’이 주 탑승장이다. 출발하자마자 유달산 정상을 향해 치닫는다. 왼쪽 유리창 아래로 낡은 구도심이 보인다. 영화 ‘1987’에 나온 ‘연희네슈퍼’도 여기에 있다. 구도심 전망이 바다 전망보다 멋지다는 사람도 많다.
산 정상부 기암괴석을 스쳐 지나면 ‘유달산 스테이션’에 닿는다. 여기서 내려 주변 전망을 감상하거나 15분 거리인 일등바위(228m)를 다녀올 수 있다. 유달산 스테이션에서 150도 방향을 꺾은 케이블카는 155m 높이의 주탑을 지나 바다 건너 고하도로 간다. 고하도에도 볼 게 많다. 이순신 장군이 정유재란 때 전략기지로 삼은 섬이다. ‘고하도 스테이션’에 내린 뒤 목포대교 방향으로 약 1㎞ 산책로를 걸으면 ‘판옥선 전망대’가 나온다.
붐비는 시간은 피하는 게 좋겠다. 주말에는 북항 스테이션에서 2시간을 기다려야 하고 고하도에서도 30분 이상 줄을 서야 한다. 목포해상케이블카 정진표 차장은 “단체 관광객이 많지 않은 오전 10시 이전과 오후 4시 이후 탑승을 권한다”고 말했다.
최승표‧백종현 기자 spcho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