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3부(재판장 박성규)는 “A씨가 은닉한 재산을 해외로 도피하려고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출국금지 기간 연장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1991년부터 냉난방기기 제조 사업을 해오던 A씨는 2013년 10월 경영난으로 폐업했다. 2011년도 종합소득세와 부가가치세 등 국세를 체납했고 2019년 1월까지 국세 체납액이 7억8726만원에 달했다.
출입국관리법 제4조 제1항 제4호 및 그 시행령에 따르면 5000만원 이상의 국세ㆍ관세 또는 지방세를 정당한 사유 없이 납부기한까지 내지 않은 사람에 대해 법무부 장관은 기간을 정하여 출국을 금지할 수 있다. 법무부는 2018년 6월 A씨에게 출국금지를 하고 한 차례 연장 처분을 한 뒤, 2019년 6월 국세청장의 요청에 따라 재차 출국금지 기간을 연장했다. 그러자 A씨는 ”사업이 어려워지며 거액의 세금을 못 낸 것일 뿐 세금 납부를 회피하려 한 게 아니고 재산을 해외로 빼돌리려는 의도도 없다“며 이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냈다.
法 "신병확보·압박용 출국금지 안돼"
여러 사정을 살핀 법원은 “A씨에게 내려진 출국금지연장처분은 행정청의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했다”고 결론 내렸다. A씨는 2018년 1월 파산선고 결정을 받고 그해 7월 면책 결정을 받았다. 법원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A씨 부부의 지출 금액과 내역도 따졌다. 법원은 “A씨 부부의 지출은 비교적 적은 액수의 2인 가구 생활비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2017년 A씨의 배우자가 신용카드로 9800만원을 24개월 할부로 결제한 사실은 있지만, 이는 자녀의 결혼을 위한 것으로 결제 시점의 지출은 커도 24개월에 나눠 납부했다”며 A씨 부부의 지출 내용으로 따졌을 때 은닉 재산이 있다고 단정 짓기 어렵다고 봤다.
이와 더불어 법원은 A씨가 폐업 이후 5년 동안 단 한 차례 출국했고, 가족이 해외에 거주한다거나 해외에 특별히 연고가 있는 점은 확인되지 않는 점 등을 근거로 "A씨가 재산을 해외로 도피시킬만한 특별한 동기를 갖고 있지 않다"며 출국금지 연장 처분을 취소하라고 밝혔다.
이수정 기자 lee.sujoe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