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에서 총질하지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당 내부를 향한 입이 거칠어지고 있다. 황 대표의 “내부 총질” 발언은 지난 2일 경남 창원 마산합포구청 대강당에서 열린 한국당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저지 및 국회의원 정수 축소 촉구 좌파독재 실정 보고대회’ 강연 말미에 나왔다. “우리는 선한 경쟁자이다. 우리의 상대는 문재인 정권이다. (우리 간엔) 잘해도 박수치고, 못해도 격려하시라”며 “내부 총질하면 되겠냐”는 발언을 했다.
리더십 위기의 발로인가
쇄신 앞둔 기강 잡기인가
황 대표는 이전에도 ‘내부 총질’ 같은 강한 단어를 쓴 적이 있다. 주변에선 “리더십 위기의 순간”이라고 기억한다. 실제 황 대표는 지난 7월 26일 대전시당 당원 교육 행사에서 “내부총질을 하지 말아야 한다. 감정을 풀지 못하고 협조 안 하면 되겠냐”고 했다. 당시 황 대표는 “외국인·내국인 임금을 똑같은 수준 유지는 공정하지 않다”. “스펙 없이 큰 기업에 합격한 청년이 우리 아들”(6월) 등 실책성 발언에 더해 7월에는 “당직 인선이 친박 위주”라는 비판을 받고 있었다. 당 지지율이 본격 하락세를 타며 리더십 위기론도 제기됐다. 하지만 당 지지율이 18%까지 떨어졌던 8월, ‘조국 사태’가 본격화하며 위기 국면을 넘어갔다.
황 대표가 12월 이후 있을 당 인적 쇄신을 앞두고 본격적인 내부 단속에 들어갔다는 관측도 있다. 황 대표 측 관계자는 “자꾸 밖에서 구시렁대고 그러지 말고, 안에서 좀 얘기를 해달라. 몇몇 사람들이 자꾸 밖에서 얘기하는 것에 대해 조금은 자중해달라는 것 아니겠냐”고 했다. 또 다른 주요 당직자도 “(총선을 앞두고) 분열하지 말자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다만 한국당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황 대표의 ‘기강 잡기’가 얼마나 먹힐지는 미지수다. 한국갤럽의 10월 5주차(29~31일) 여론조사에서 한국당 지지율은 23%로 40%를 기록한 민주당과의 격차가 17%포인트였다. 10월 3주차 조사에서 9%포인트까지 좁혀졌던 지지율 격차가 벌어지는 상황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지지율이 더 떨어지면 황 대표 말발이 먹히지 않을 수 있다. 최고위원들이 ‘박찬주 보이콧’을 외친 일이 재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황 대표의 “총질” 발언 이튿날인 3일에도 이른바 ‘총질’은 계속됐다. 홍준표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친박이 친황(친황교안)으로 말을 갈아타면서 박근혜 때 하던 주류 행세를 다시 하고, 비박(비박근혜)은 뭉칠 곳이 없어 눈치나 보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돼 버렸다”고 당 상황을 비판했다. 이어 “정치 초년생(황교안 대표) 데리고 와서 그 밑에서 딸랑거리면서 그렇게도 국회의원 한 번 더 하고 싶나. 모두가 레밍(Lemmingㆍ들쥐의 일종)처럼 어느 한쪽 진영에 가담해서 무조건 맹목적으로 수장을 따라가는 ‘무뇌 정치’ 시대가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한국당 영입이 보류된 박찬주 전 대장은 4일 오전 “(한국당이) 저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 제가 굳이 나설 이유는 없다. 공관병 갑질 논란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연다. 황 대표가 박 전 대장 영입을 재추진하거나 ‘2차 영입인재’ 명단에 올릴 가능성도 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