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정(55) 청와대 정무수석은 국민을 화나고 슬프게 하는 사람이다. 지난 주말 국회 운영위원회실. 나경원(56) 한국당 원내대표가 이 정부 들어 안보가 더 튼튼해졌다고 주장하는 정의용(73) 안보실장한테 “우기시지 말고요”라고 발언하는 순간이다. 뒷자리에 앉았던 강 수석이 벌떡 일어나 삿대질을 하며 “우기다가 뭐예요. 우기다가 뭐요. 우기다가 뭐냐고. 똑바로 하세요”라고 나 대표한테 고함을 질렀다. 자기들도 놀랐는지 청와대의 다른 직원이 일어나 만류하려 했다. 나는 이 동영상을 여러 번 돌려서 봤는데 처음엔 30여 년 국회 취재를 하면서 못 보던 모습이라 믿기지 않아서였고, 다음엔 그동안 궁금했던 청와대 내면의 정신상태를 살펴볼 기회였기 때문이다.
강기정의 국감 난장은 국민 모독
정무수석 국회 출입 중지시켜야
청와대 오만에서 권력 위기 시작
아마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오랜 친분에, 정의용 안보실장은 자기를 도와준 고마움에, 김상조 정책실장은 제 소관이 아니라 상급자들이 강기정한테 뭐라고 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측근일수록 관대한 데다 해외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강 수석을 야단쳤을 리 없다. 고위 공직자의 잘못이 빤히 드러났는데도 개선 방법이 없는 정권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은 슬프다. 이럴 땐 국회 운영위가 강기정 정무수석의 국회 출입을 중지시키거나 국회모욕죄로 고발할 필요가 있다. 오신환 원내대표가 페북에 “강기정은 정쟁수석인가? 문 대통령, 강기정 즉각 경질해야”라고 썼지만 경질될 가능성이 거의 없는 만큼 국회 차원의 조치를 모색하는 게 마땅하다. 강기정의 소행이 괘씸하다는 정서적인 이유에서 그러는 게 아니다. 국회 모욕은 곧 국민 모독이기 때문이다. 이런 오만한 행태를 그대로 두면 사람들은 자기 권력의 한계를 알지 못해 책임질 수 없는 더 큰 일을 벌이곤 한다. 당사자와 국민이 다 불행해진다.
권력의 위기는 청와대의 오만에서 출발한다. 오만은 무지와 과욕의 결합이다. 무지는 국민이 등을 돌리는지도 모르고, 통치권 누수가 벌어지는지도 모르는 것이다. 과욕은 여당에 공천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고, 정부 부처엔 지속가능성 없는 정책 시행을 압박하는 것이다. 민주화 시대 이전이든 이후든 권력이 청와대의 오만에서 흔들리기 시작했음을 현 집권층은 상기할 필요가 있다. 어디 강기정뿐이랴. 무지와 과욕에 물든 행색은 조국 사태의 책임을 뭉개고 있는 민주당 이해찬 대표, 난데없이 보도 훈령 개정으로 언론과 취재의 자유를 틀어막겠다는 김오수 법무부 차관한테도 발견된다. 당·정·청에 분포된 국민을 화나고 슬프게 하는 사람들이다.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