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의원실 측은 3일 “에일리프 아태본부장이 9월 평양을 방문해 북한 고위 관료를 만나 한국 쌀 5만t 수령 거부 관련해 원 의원에게 북한 입장을 설명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에일리프 본부장 등 WFP 일행은 원 의원이 주최한 한국아동인구환경의원연맹(CPE)간담회 참석차 한국을 방문해 북한 식량난, 향후 지원 방향 등을 공유했다고 한다.
‘북한이 한국 쌀 5만t을 왜 받지 않느냐’는 원 의원의 질의에 에일리프 본부장은 “북한 고위 관료가 한·미 군사훈련에 대한 불만 표출 차원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6월 WFP를 통해 한국 쌀 5만t 대북 지원 방침을 발표했지만, 한 달여 만인 7월 말 북한은 WFP에 쌀 수령 거부 의사를 처음 밝혔다. 그 때 이유로 든 것이 ‘한·미 군사훈련에 대한 불만’이었는데, 이런 입장이 세 달여가 지난 최근까지도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에일리프 아태본부장이 언급한 “당보다 더 위에 있는 결정권자”는 김 위원장을 지칭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의 지시로 한국 쌀 5만t 지원 논의가 중단됐지만, 향후 북·미 비핵화 협상이 잘 풀리면 김 위원장이 한국 쌀을 받을 것이란 취지다.
에일리프 본부장은 그 근거로 북한의 심각한 식량 상황을 들었다고 한다. “외국에 주재 중인 북한 대사를 두 차례 만났는데, 가뭄과 태풍 피해를 들며 북한에 국제사회의 식량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강하게 피력했다”면서다. 그러면서 “WFP 입장에서도 북한이 한국 쌀 5만t을 받지 않는데 캐나다, 호주 등에 가서 대북 인도적 지원 얘기를 어떻게 꺼내느냐고 반문했다”며 한국 쌀을 받으라는 촉구도 했다고 한다.
에일리프 본부장의 이같은 설명은 정부에도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북한이 수령을 거부하고 있지만, 한국 쌀 5만t 대북 지원을 철회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지난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북 식량지원 철회 입장을 묻는 질의에 “WFP가 북한과 협의 중”이라고만 답했다.
북, 한국 쌀 5만t 거부 김정은 국무위원장 지시 시사
“연내 트럼프-김정은 정상회담하면 한국 쌀 수령할 듯”
WFP 주장에 정부도 쌀 지원 철회 입장 없어
원 의원은 “북·미 비핵화 협상을 바라보며 한국 쌀 지원을 하겠다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북한의 영유아 등 취약계층에게 인도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정치적 상황과 연동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oeng@joon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