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 고운 담쟁이 이파리가 엘리베이터에 꽂혀 있습니다.
아침 출근길,
난데없는 이파리에 한참 눈길이 머뭅니다.
가을 정취를 함께 나누자는 어떤 이의 마음이 읽힙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봤던 담쟁이 덕분입니다.
햇살에 드러난 이파리 속살이 절묘합니다.
이파리 속살은 햇빛에 비쳐 봐야만 제대로 볼 수 있습니다.
사진 촬영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역광으로 해를 마주 봐야만 이파리 속살을 제대로 찍을 수 있습니다.
사진에 담긴 그들의 속살,
봄부터 지금껏 햇빛과 마주하여 살아온 그들 삶의 지문입니다.
살아온 삶이 오롯이 담겼습니다.
얼키설키 얽힌 그물맥, 마치 사람 사는 마을 같습니다.
길과 길이 만나고, 논과 밭이 어우러진 것처럼 보입니다.
잎몸이 품은 속살, 마치 미로 같습니다.
저들의 이파리가 여태 푸른 건,
더 할 일이 남았다는 의미일 겁니다.
주맥과,측맥만 갈색으로 물들었습니다.
마치 강과 숲이 어우러진 것 같습니다.
잎몸 사이에 난 구멍으로 햇살이 비쳐듭니다.
빼곡한 숲을 비집고 들어 온 햇살처럼 아롱거립니다.
도심 주변 이파리는 대체로 푸릅니다.
11월인데도 그렇습니다.
그나마 노랗게 물든 이파리 하나 울상으로 보입니다.
붉기도 전에 노란 채로 후드득 떨어집니다.
붉은 잎보다 노란 잎이 바닥에 더 수북합니다.
바람의 깃발 타르초처럼 빠닥빠닥 소리 내며 나부낍니다.
밤톨 같은 열매를 다 떨군 지 오래입니다.
그러니 오래지 않아 바람 타고낙하합니다.
그 무엇보다 숭고합니다.
잎몸은 거름이 되고 잎맥만 남았습니다.
나무를 키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한 그들 삶의 지문이 경이롭습니다.
땅으로 돌아가는 잎에서 비로소 봤습니다.
오롯한 그들의 삶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