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평화시장 화재 피해가 컸던 원인 중 하나는 스프링클러가 없었다는 점이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 상가 1~3층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1979년 문을 연 제일평화시장은 2014년 4개 층을 증축할 때 새로 지은 층에만 스프링클러를 설치했다.
건립 당시 소방시설 의무 없던 탓
“지금 스프링클러 설치도 어려워”
전국 시장 화재 피해 연 105억원
“화재공제보험 가입 등 정책 필요”
전통시장 화재는 피해 복구도 오래 걸린다. 복구를 위한 정부·지방자치단체의 지원 근거가 마땅치 않아서다. 이재수 상우회장은 “별다른 지원없이 자비로 복구 비용을 충당해야 해 꺼리는 이들이 많다”고 털어놨다. 올해 1월 화재 피해를 입은 원주 중앙시장도 피해 복구를 위한 재정 지원을 받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이곳 역시 완전 복구가 안된 상태다.
소방청에 따르면 전국 전통시장 화재로 인한 피해액은 2014~2018년 526억원에 이른다. 해마다 105억원 정도의 화재 피해가 발생하는 셈이다. 화재 건수는 연평균 47.2건이다.
전통시장 화재 위험 문제는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다.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소속)이 공개한 중소벤처기업부의 ‘소방전기가스분야 안전등급별 시장 현황’에 따르면 ‘화재시 화재확산을 막을 수 있는 소방설비 관리가 불량’하다는 이유로 E등급을 받은 시장은 250곳이다. 전국 전통시장의 16.8%에 이른다. 특히 가스 안전 분야 최하등급인 E등급 전통시장은 537곳(36.1%)이었다.
시장 상인들의 화재 보험 가입률이 저조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이 자료에 따르면 전통시장 점포 61%가 화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다.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상인 44.4%는 ‘보험료가 부담된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이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일반 보험료보다 저렴한 화재공제보험을 2017년부터 운영하고 있지만 가입률은 10% 미만이다.
어 의원은 “전통시장 소방시설을 개선하고 상인들에게 화재공제보험 가입을 유도하는 등 화재에 대비할 수 있는 실질적 정책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