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중에서도 특히 APEC은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4강의 정상이 모두 참석하는 다자 외교의 장으로, 문 대통령은 교착상태에 처한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의 활로를 모색할 기회로 여겨왔다. 하지만 칠레 정부가 국내 소요사태 끝에 결국 개최 포기를 택하면서 칠레 방문은 ‘없던 일’이 됐다.
문제는 멕시코다. 양국 간 정상회담을 공식 발표한 상황에서 이를 번복하는 게 쉽지만은 않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APEC 취소와 관련해 “취소 소식을 들었고 앞으로의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한·멕시코 정상회담도 어렵지 않겠냐는 게 청와대 기류다. 애초 APEC을 계기로 정상회담을 잡은 것이었는데, 멕시코와의 정상회담 만을 위해 남미까지 가는 것은 실익이 크지 않다. 그렇다고 다른 나라와의 정상회담을 조율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하다.
APEC 정상회의 자체가 제3의 나라에서 열릴 가능성은 있다. 이 경우 아예 새로운 국면이 연출될 수 있지만, 정부는 그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