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6일 저녁, 인천광역시 연수구의 한 죽집에 자리 잡은 70대 남성에게 검찰 관계자가 다가섰다. 홀로 식사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던 그는 '최씨가 맞느냐'는 질문에 "맞습니다"라고 대답했다. 2010년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던 도중 잠적했던 최규호(72) 전 전북도 교육감의 8년 도피생활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대법원, 최규호에 징역 10년 원심 확정
검찰 수사 도중 잠적…8년간의 호화 도피
최 전 교육감은 '도망자 신분'인데도 서울과 인천에서 제3자 명의의 휴대전화와 카드를 쓰며 수억 원대 차명 아파트(24평)에서 산 것으로 조사됐다. '김민선'이라는 가명을 썼던 그는 매달 약 700만원을 쓰며 테니스·골프·댄스·당구 동호회 활동을 했다. 최 전 교육감은 도피 기간 최소 4억9000만원을 사용했다고 한다.
도주 도운 건 국회의원 동생
최 전 교육감은 도피 초기부터 최 전 사장과 긴밀히 연락했다. 도피 기간 내내 지인 등 3명의 명의로 1026차례에 걸쳐 진료를 받았다. 진료 내역에는 만성 질환 외에 피부 노화 방지와 머리카락 심기 등 미용·성형 시술도 포함됐다. 검거 직후 모습을 드러낸 최 전 교육감은 70대 고령인데도 "도주 전보다 더 젊어졌다"는 얘기까지 나오며 '황제 도피'란 비판을 받았다.
최 전 교육감은 2007년 7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김제 스파힐스 골프장 확장 과정에서 교육청 소유인 자영고 부지를 골프장 측이 매입하는 데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3억원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뇌물)로 구속기소 돼 1심에서 징역 10년과 추징금 3억원을 선고받았다.
최 전 사장은 최 전 교육감이 8년간 도피할 수 있도록 부하 직원 등의 명의를 빌려 주민등록증과 카드·휴대전화·계좌 등을 만들어 준 혐의(국민건강보험법 위반)로 불구속기소 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징역 10년 추징금 3억"…대법원 원심 확정
그러면서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뇌물수수죄의 공소시효 만료만을 기다리며 상당한 액수의 도피 자금으로 8년 넘는 장기간 여유로운 도피 생활을 한 점, 검거된 직후 수사기관에서 '도피 기간 다른 사람 도움을 전혀 받은 사실이 없다'고 진술하거나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에 대해서는 진술을 거부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다만 범행을 모두 인정한 점, 전립선암 치료를 받은 점, 벌금형 외 별다른 전과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최 전 교육감은 "형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 전 사장은 항소하지 않아 형이 그대로 확정됐다.
대법원의 판단도 같았다. 대법원 제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31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의 혐의로 기소된 최 전 교육감의 상고심에서 징역 10년과 추징금 3억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