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법 행정1부(박만호 부장판사)는 30일 민간사업자 A씨가 대구 서구청을 상대로 낸 ‘동물화장장 건축 허가 신청 불허가 처분 취소소송’의 1심에서 “서구청의 불허가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2017년 대구 첫 동물화장장 건축 신청
주민들 "사체 분진 마신다" 결사 반대
그 사이 동물보호법 개정, 조건 바껴
사업자 "시간 끌었다"며 구청에 소송
개정 시행된 동물보호법은 인가밀집지역·학교 등으로부터 300m 이내에는 동물장묘업 등록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A씨가 동물화장장을 건축하려는 신청지는 서구 상리동 계성고등학교에서 직선거리로 200m 이내이며 상리동 마을과는 반경 600m 이내다.
문제는 민간 사업자 A씨가 동물보호법이 개정되기 전에 동물화장장 건축 신청을 했다는 점이다. A씨는 2017년 3월 서구 상리동 1924㎡ 터에 건축면적 383.74㎡, 연면적 632.7㎡, 2층짜리 1동 건물로 동물 화장시설과 전용 장례식장 등을 짓겠다며 서구청에 건축허가를 신청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주민들은 “인근에 학교와 민가가 있는데 사체 분진을 마시게 된다”며 반대했다. 결국 서구청은 허가를 반려했고, A씨는 행정소송을 냈다. 올해 8월 16일 대법원은 “적법한 동물화장 시설을 구청이 반려할 수 없다”고 A씨의 손을 들어줬다. 판결에 따라 한 달 뒤 A씨는 다시 건축 신청서를 구청에 제출했다. 하지만 주민 반대와 그사이 개정된 동물보호법 등을 이유로 서구청이 허가하지 않자 또다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A씨는 이번 재판에서 동물보호법 부칙에 ‘이 법 시행 전 동물장묘업 등록을 신청한 자는 종전의 규정에 따른다’는 취지의 규정을 근거로 들었다. 주민 반대로 건축 허가가 동물보호법 개정 후까지 지연됐기에 서구청의 불허가는 적법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또 재판부는 동물화장장이 학생들의 학습환경이나 인근 주민들의 생활환경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는 점도 지적했다.
서구청은 즉각 항소할 계획이다. 서구청 관계자는 “건축을 하더라도 개정된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동물장묘업 등록이 어려울 텐데 당황스럽다”며 “주민 기본권이 우선시 돼야 하기에 항소하겠다”고 했다.
주민들도 여전히 반대 입장이다. 석휘영 동물화장장 반대대책위원장은 “동물화장장이 필요 없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동물화장장 바로 200m 앞에 학교가 있는데 학생들이 화장으로 나오는 분진을 마시게 되기 때문에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대구=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n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