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가 바꾼 캐롤 "한잔 더 할까" 묻자 "너의 몸, 너의 선택"

중앙일보

입력 2019.10.3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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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인기 가수 존 레전드와 켈리 클락슨이 유명 캐롤을 개사한 새로운 듀엣곡을 선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존 레전드와 캘리 클락슨이 성인지 감수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은 캐롤 ‘베이비 잇츠 콜드 아웃사이드(Baby It's Cold Outside)’의 가사를 수정해 신곡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29일 보도했다. 

미국 유명 가수 존 레전드와 켈리 클락슨. [AP=연합뉴스]

 
‘베이비 잇츠 콜드 아웃사이드’는 “그만 집으로 가겠다”는 여자와 “밖은 춥다”며 자꾸 붙잡는 남자의 실랑이를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듀엣곡이다.

1940년대 만들어진 캐롤 명곡
'베이비 잇츠 콜드 아웃사이드'
동의 없는 성관계 암시한다는 비판
논란된 가사 수정해 새로 선보여

1949년 로맨틱 코미디 영화 ‘넵툰의 딸’에 등장하면서 큰 인기를 끌었고 이후 레이디 가가, 마이클 부블레 등 수많은 가수들이 리메이크한 이 인기곡은 지난해 미투(#MeToo) 운동이 시작되며 논란에 휩싸였다. 


캐롤 ‘베이비 잇츠 콜드 아웃사이드(Baby It‘s Cold Outside)’가 등장하는 1949년작 로맨틱 코미디 영화 ‘넵툰의 딸 (Neptune‘s Daughter)’의 한 장면. [중앙포토]

“대답은 ‘아니요’예요(The answer is no)” 라고 말하는 여자에게 “더 가까이 가도 되나요?(Mind if I move in closer?)”라고 묻거나 “밖에 추운 걸 알잖아요(You know it’s cold outside)”라며 떠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이 동의 없는 성관계를 암시한다는 비판을 받게 된 것이다.
 
또 “이 술에 뭐가 들어있죠?(what’s in this drink?)”라고 여자가 묻는 부분이 약물 성범죄를 연상케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 때문에 지난해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지역 라디오 방송에서는 “미투운동의 시대에 청취자들이 이 노래를 적절치 못하다고 느낄 수 있다”며 앞으로 이 노래를 방송하지 않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반면 노래가 만들어진 1940년대의 사회 분위기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미국의 코미디언 젠 커크맨은 지난해 이 곡의 '방송 금지' 논란이 불거지자 트위터에 지금의 잣대로 70년 전의 노래를 평가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오래된 노래 가사에까지 '정치적 올바름'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지나치다는 시각이다.
 
존 레전드와 캘리 클락슨이 다음달 발표할 신곡에선 문제의 가사가 수정됐다. 여자가 “갈 시간이네요(I’ve got to go away)”라고 말하자 남자가 “밖이 춥다”며 붙잡는 대신 “택시를 부를게요(I can call you a ride)”라고 말한다. 이어 여자가 “술 한 잔 더 할까요?(If I have one more drink?)” 묻자 남자는 “당신의 몸이고 당신 선택이죠(It’s your body, and your choice)” 라고 답한다. 이는 전적으로 여성의 선택을 존중하라는 의미다.    
 
이 외에도 논란이 됐던 가사를 다수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존 레전드가 직접 개사에 참여했다. 존 레전드의 ‘레전더리 크리스마스’ 앨범에 수록된 이 곡은 11월 8일에 대중에 공개될 예정이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