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린스가 빠르게 자리를 잡은 비결은 3점슛이다. 평소 골 밑을 지키다가도, 승부처가 되면 3점 라인으로 빠져 기습적인 슛을 던진다. 국내에선 보기 드문 장면이다. 17일 전주 KCC전(85-79승)에서 멀린스는 18득점이었는데, 절반인 9득점이 3점슛(3개)이었다. 개막 후 9경기에서 3점슛을 12개 성공시켜, 성공률도 34.3%나 된다. 농구에서 3점슛 성공률이 38% 이상일 경우 전문 슈터로 분류된다. 그의 이런 3점슛 능력은 ‘양궁 농구(중장거리포 위주 공격)’를 구사하는 서동철(51) KT 감독 전술과도 잘 맞아떨어진다.
KT 멀린스 득점 절반이 3점포
김종규, DB 이적 뒤 외곽포 장착
김주성 “센터 3점슛 세계 트렌드”
2m 강상재 3점슛 성공률 2위
김종규의 슛 훈련은 같은 포지션이었던 김주성 코치가 전담한다. 특훈 효과는 금세 나타났다. 9일 안양 KGC인삼공사전 4쿼터 71-70에서, 김종규는 상대 허를 찌르는 3점슛을 성공시켜 상대의 전의를 꺾었다. 점수 차를 벌린 DB는 리드를 지킨 끝에 86-81로 이겼다. 올 시즌 그는 벌써 6개의 3점슛을 기록했다. 8경기 만에 앞선 6시즌을 모두 합한 3점슛 기록을 넘어섰다. 성공률도 30%로 준수하다.
인천 전자랜드의 장신 포워드 강상재(25·2m)는 전문 슈터 뺨칠 만큼 고감도 슛 감각을 자랑한다. 3점슛 성공률이 48%나 된다. 허훈(51%)에 이어 이 부문 전체 2위다. 3점 라인에서 두 번 던지면 한 번은 림을 통과하는 셈이다. 강상재는 27일 DB전 4쿼터 62-66으로 뒤지던 상황에서 3점포 두 방을 연달아 꽂아넣었다. 79-71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김승현 해설위원은 “과거 3점슛을 쏘는 빅맨은 서장훈과 2000년대 초반 활약했던 바비 레이저 정도였는데, 올 시즌엔 중장거리포를 갖춘 2m 이상 선수가 많다”며 “빅맨이 3점을 쏠 경우 수비하기 매우 까다로워 말 그대로 ‘언터쳐블’이다. 슛 정확도를 갖춘 센터는 외곽에서 훌륭한 득점 옵션”이라고 설명했다.
뉴욕 데일리는 19~20시즌 NBA를 분석하며 “빅맨의 3점슛 능력이 갈수록 좋아진다”며 “최근 NBA에서 빅맨의 3점슛 능력은 필수가 됐다”고 전했다. 김승현 위원은 “지금 주목받는 선수 외에도 중장거리포를 연습 중인 선수들이 많다”며 “한국 농구에서도 장신 선수가 3점슛을 쏘는 건 자연스러운 장면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