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달자(76) 시인이 최근 열다섯 번째 시집 『간절함』(민음사)을 냈다. 시집 제목을 '간절함'으로 정한 이유를 묻자 시인은 "나이가 들고 최근 몸을 다치면서 내가 스쳐 보낸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며 "앞으로는 세상의 모든 것들에 좀 더 머물면서 간절하게 바라보고 싶은 마음에 제목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시집에는 2016년 『북촌』을 낸 뒤 지난 3년 동안 써내셔온 시 70편이 담겨 있다.
열다섯 번째 시집 『간절함』출간
어렵게 나온 이번 시집의 주요 소재는 인간의 감정이다. 시인은 '아득함'에 대해서는 "닿는 것은 세상사 아무것도 없다 / 바로 앞의 사람이 더 아득하다"고 적었고, '심란함'에 대해선 "오늘 내 가슴속 / 누가 무지갯빛 떡메를 치는가"라고 물었다. 이밖에 졸여짐ㆍ무심함ㆍ짜릿함ㆍ싸늘함ㆍ적막함ㆍ막막함ㆍ불안함 등 우리가 살면서 겪는 일상적인 감정들이 각각 한 편의 시로 묶였다.
이러한 후회는 시집의 말미에 실린 산문 '나를 바라보는 힘'에도 등장한다. 그는 "인생에 후회가 있다면 남발한 내 감정"이라며 "그것에 형체가 있다면 두 팔을 묶어 감옥에라도 넣고 싶지만 그러지 못해서, 아니 스스로 만든 감옥에 넣기도 했지만, 그는 너무 자주 출소하거나 도망쳐서 내 가슴에 면도날 자국을 그었던 것이다"라고 적었다.
시인은 여전히 왕성하게 창작 활동을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 원동력을 묻자 '삶에 대한 애정'이라고 답했다. "내가 나이가 들었는지, 나의 결핍까지 사랑하게 됐다"고 밝힌 그는 "과거엔 내 손이 삐뚤어진 것이 부끄러웠는데, 지금은 삐뚤어진 것도 사랑스럽게 느껴지더라. 이제는 나에게 주어진 것을 더 사랑하며 살고 싶다"고 했다.
시인이 앞으로 쓰고 싶은 시는 '감정이 절제된 시'다. 신 시인은 "예전에는 괴로움을 추상적이면서도 관념적인 말로 가리려고 했는데, 나이가 들면서 내면을 정직하게 드러낼 때 비로소 시가 나를 찾아온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일상에서 자주 쓰는 단어와 감정을 간결하면서도 선명한 시어로 담아, 시 한 편을 쓰더라도 정직하고 담백한 시를 쓰고 싶다"고 말했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