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은 2000년 이후 10번, 최근 10년 새 5번 주인이 바뀌었다. 충남 공주, 경기도 성남시 분당, 경북 영주, 서울 송파구 잠실, 충북 충주 등에서 매입해 1~2년 뒤 되팔았다. 현 주인은 서울 마포 거주자다. 이 집에서 생활한 주인은 없다.
강남 못지 않은 고급 단지 기대감에
1년 새 공시가 50% 뛰며 집값 급등
전국 투자자 몰리며 10년 새 5번 손바뀜도
시공사 선정 논란, 분양가상한제 등 함정
이 집은 최근 재개발 시공사 과열 수주전으로 관심을 끄는 한남3재개발구역 내 주택이다. 한남3구역이 재개발 '로또'로 주목받으며 부동산 투자 '전국구 1번지'로 떠올랐다. 서울 강남은 물론 멀리 제주에 이르기까지 ‘대박’을 기대한 투자자가 몰리면서 원주민은 대부분 떠났다.
한남3구역은 부동산 시장에서 강북 블루칩으로 꼽힌다. 강북의 반포주공1단지인 셈이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는 평균 시세가 3.3㎡당 9000만원에 육박하는 아크로리버파크 옆 재건축 추진 단지다. 완공 후 아크로리버파크를 능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지분 쪼개기로 지하 단칸방 많아
뒤로 남산, 앞으로 한강 조망권을 갖춘 한남3구역의 콧대가 반포주공1단지에 못지않다. 강북 재개발 단지인데도 공사비(3.3㎡당 595만원)를 반포1단지(540만원)보다 더 비싸게 책정했다. 건립 규모가 5800여가구로 반포1단지 5300여가구보다 덩치가 더 크다.
재개발 후 강남에 뒤지지 않는 고가 아파트 단지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주변 한남더힐의 전용 59㎡ 시세가 3.3㎡당 7200만원 선이다. 인근 이촌동 래미안첼리투스 전용 124㎡가 3.3㎡당 6800만원까지 거래됐다. 한남3구역은 입지여건과 단지 규모 등을 고려하면 이들 단지 이상의 몸값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한다.
한남3구역이 있는 보광동·한남동 일대 재개발 대상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이 지난해보다 33% 상승했다.
특히 10평(33㎡) 이하 초소형 다세대주택이 급등했다. 크기가 작아 상대적으로 비용 부담이 적어서다. 이 주택들은 대부분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다가구주택에서 다세대주택으로 ‘지분 쪼개기’(구분등기)한 집들이다. 지분마다 재개발 입주권이 나오는 것을 노리고 주인들이 쪼개기 했다. 쪼개기는 2000년대 중반 금지됐다.
한남3구역이 있는 보광동·한남동에 33㎡ 이하 다세대주택이 560여가구이고 이중 130여가구가 지하 단칸방이다.
여기다 최근 한남3구역 시공사 선정 입찰이 집값에 불을 붙였다. ‘3.3㎡당 일반분양가 7200만원, 조합원 3500만원 보장’ 제시가 나오면서 호가가 뛰고 매물이 대부분 사라졌다. 한남3구역 일반분양가가 3.3㎡당 1000만원 올라가면 조합원 추가분담금이 1억원가량 줄어들기 때문이다.
한남3구역 가격 급등 뒤엔 전국에서 모여든 투자자가 있다. 본지가 지난 3월 말 사업승인 기준 조합원 명부(공동소유 등 총 5000여명)를 조사한 결과 현지에 살고 있는 원주민이 15% 정도로 집계됐다. 서울 거주자가 71%이고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가 17%였다.
60억대 한남더힐 거주자도 투자
한남3구역 소유자 주소지로 고가 주택으로 꼽히는 한남더힐, 아크로리버파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반포자이 등이 눈에 띄었다. 한남더힐 거주자 중에 올해 60억원대에 거래된 초대형 아파트도 있다. 반포주공1단지, 강남구 대치동 은마,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등 재건축 추진 단지도 있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가 조합 설립 이후 거래가 제한받는 데 비해 재개발은 거래제한이 없다. 금액도 강남권 재건축 단지보다 적게 든다.
하지만 한남3구역 투자가 대박을 터뜨릴지 변수가 많다. 시공사 선정 입찰 위법 논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등의 함정이 있다. 시공사 선정이 잘못될 경우 사업 지연이 불가피하다.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으면 투자성이 곤두박질칠 수 있다. 상한제로 일반분양가 3.3㎡당 3000만~4000만원이 되면 조합원 추가분담금이 3.3㎡당 7200만원과 비교해 3억~4억원 더 늘어날 수 있다. 조합원 분양가가 일반분양가보다 더 비싸질 가능성이 크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