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미국 공연장의 객석은 은빛이다. 은발의 노인 청중이 대부분이지만 한국의 객석은 검다. 대부분의 청중이 젊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조사한 결과 지난해 클래식 공연의 유료 청중 중 50대 이상은 10%, 20대와 30대를 합하면 47%다.
몇 년에 한 번씩 한국 무대에 서는 외국 연주자들은 ‘활기차다’ ‘역동적이다’ ‘열정적이다’라는 표현을 한국 청중 앞에 붙인다. 필자를 비롯한 국내 언론들은 이걸 찬사로 알아듣고 기사에 인용해 퍼뜨린다. 과연 칭찬일까.
나이든 청중이 왜 없을까를 생각해 보는 것이 우선이다. 노후에 문화를 즐기지 못하는 것은 비극이기 때문이다. 소득이 많을 때 공연장을 찾다가 은퇴 후에는 가지 못하거나 않는 것이 미래라면 섬뜩하다. 우리의 생애주기별 소득 수준과 공연 티켓 가격이 맞지 않는 것은 아닐까. 또한 객석에 은발이 없다는 건 오래된 단골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젊은 청중이 또 다른 젊은 청중으로 물갈이되는 것을 활기 차다며 기뻐만 할 수는 없다. 게다가 음악은 미술과 달리, 듣고 나면 손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젊은이가 늙을 때까지 이미 들은 곡을, 소장할 수도 없는데 또 듣게 만드는 일에 한국의 음악 공급자들은 실패했다.
좋은 뜻으로 건넨 말이 반드시 칭찬은 아니다. 오히려 함정에 가까울 수 있다. 위에서 인용한 통계가 정직하게 경고하는 바에 따르면, 클래식 공연의 작품당 평균 티켓 판매는 82장이었다. 음악을 듣는 사람들은 젊어야 좋은 게 아니고, 고르게 많아야 좋다. 이 당연한 사실은 클래식 음악뿐 아니라 모든 공연에 적용된다. 지난해 클래식과 뮤지컬·연극·무용을 다 합해 20·30대 청중은 68.3%, 50대 이상은 6.1%였다.
김호정 문화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