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국내 3대 미제 사건 중 하나인 화성연쇄살인 사건의 진범이 밝혀지며 세상이 떠들썩했다. 사람들은 외지인이 아닌 동네 사람이 범인이었다는 사실에 더 경악했다. 결국 우리 동네·이웃사촌도 경계 대상이라는 불신과 불안감으로 이어졌다. 세상에 범죄로부터 자유로운 동네는 없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안전한 동네는 있다. 어두운 골목길을 밝히고 함께 관심을 기울인다면 가능하다. 범죄예방 사업으로 도시 환경을 개선해 범죄율을 절반 이상 줄인 충북 청주시에서 그 해답을 찾아봤다.
그 시작은 2014년 청주와 청원을 합친 통합시 출범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같은 해 ‘청주시 범죄예방환경설계 가이드라인’(2014년)을 발표했고, 이듬해엔 ‘청주시 범죄예방환경설계 조례’(2015년)를 제정했다. 이어 2016년엔 국내에서 처음으로 ‘범죄예방환경설계 종합계획’도 발표했다. 경찰서의 범죄예방진단팀(CPO)이 진행한 범죄안전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청주시의 모든 행정구역을 안전지대로 만드는 계획이다.
시장·유흥가·원룸촌 같은
우범 지역을 안전지대로
올해 범죄예방대상 최고상
2014년부터 법·제도적 기반 마련
청주시는 시범사업의 긍정적인 효과에 힘입어 지난해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했다. 범죄가 항상 도사리고 있는 유흥가·원룸촌 등을 대상으로 시작했다. 우선 가경동의 시외버스터미널 유흥가와 오창읍 구룡리 산업단지 내 원룸 밀집 지역의 절도·폭력·성범죄 같은 범죄발생 현황을 파악했다.
이후 공간의 특성을 반영해 ▶옹벽 벽화와 휴게 공간 조성 ▶보행안심 거리와 도로 공간 분리 ▶방범초소·CCTV·경관조명·로고젝터 설치 ▶안심거울, 방범용 가스덮개, 주차장 반사시트 설치를 진행했다.
시민과 함께 만드는 셉테드 추구
청주시는 앞으로도 범죄예방 사업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사업을 시행하면서 문제점으로 제기된 셉테드의 전담인력 부족, 도입시설의 사후관리 인력 부족 등을 해결하기 위해 ‘범죄예방환경설계 추진 전담팀’을 꾸리고 주민참여형 신규 사업을 마련할 계획이다.
셉테드(CPTED)는=‘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의 첫 글자로 건축설계·도시계획 단계부터 범죄를 자연스럽게 예방하도록 설계하는 것을 의미한다. 어두운 골목길 등 범죄에 취약한 장소를 환경 설계를 통해 밝고 안전한 곳으로 바꿔 범죄를 예방하는 기법이다. 미국·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20여 년 전부터 셉테드를 도입해 도시·건물 건설 등에 적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 들어 셉테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으며 점차 각 지역으로 확산시키고 있다.
지역 주민 참여형 방범 활동 앞장선 민관 발굴해 시상
올해 4회째를 맞는 대한민국 범죄예방대상에는 총 180개 기관·기업·단체가 응모했다. 범죄예방 관련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적정성, 차별성,참여적극성, 지속·확산 가능성 등을 기준으로 평가해, 5개 부문(종합우수·청소년·공공기관·사회단체·기업사회공헌 부문)에서 총 25개 기관·단체를 선정했다.
이 가운데 종합우수상인 대통령 표창은 청주·청원 통합시 출범과 함께 범죄예방 환경설계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시행하고 조례를 제정한 청주시가 차지했다. 심사에 참여한 이창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일반적 획일적인 사업을 지양하고 창의적이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사업을 발굴한다는 기준에서 심사했다”며 “청주시는 시 전체 범죄예방 환경설계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이 마스터플랜을 토대로 단계별 사업추진계획을 세워 진행했다는 점이 좋았다”고 평가했다. 제4회 대한민국 범죄예방대상은 오는 11월 6일 서울 중구 호암아트홀에서 개최된다.
글=신윤애 기자 shin.yunae@joongang.co.kr
사진=청주시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