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고 선명한 하늘을 ‘파랗습니다’ ‘파랍니다’로 달리 표현할 때가 많다. 모두 써도 되는 말일까? ‘파랍니다’로는 활용되지 않는다. ‘-ㅂ니다’는 받침이 없는 용언의 어간과 ㄹ받침인 용언의 어간에 붙는 어미다. ‘갑니다(←가다)’ ‘웁니다(←울다)’처럼 사용한다. ㄹ을 제외한 받침 있는 용언의 어간엔 ‘-습니다’를 붙인다. ‘파랗습니다’가 올바른 활용형이다. “구름 한 점 없이 파랗습니다”로 고쳐야 한다. ‘그럽니다’ ‘동그랍니다’도 ‘그렇습니다’ ‘동그랗습니다’로 활용하는 게 바르다.
이런 혼란이 생긴 건 1994년 12월 맞춤법 ㅎ불규칙용언의 용례를 손보기까지 ‘파랍니다’ ‘그럽니다’ ‘동그랍니다’로 써 왔기 때문이다. ㅎ이 탈락하고 ‘-ㅂ니다’로 활용하던 예를 삭제한 이후 어간 ‘파랗-’에 ‘-습니다’가 붙은 꼴을 표준어로 인정하게 됐다.
용례를 손본 이유는 개정된 표준어 규정 17항과 충돌하는 면 때문이었다. 예전에는 모음과 ㄹ받침인 용언의 어간엔 ‘-ㅂ니다’를, 그 외 받침이 있는 어간엔 ‘-읍니다/-습니다’ 두 형태를 사용했다. 받침에 ㅅ이 있는 ‘했다’는 ‘했읍니다’와 같이 ‘-읍니다’를 붙였다. 그러다 ‘-읍니다’를 버리고 입말에서 널리 쓰이는 ‘-습니다’로 통일하기로 규정을 바꿨다. 이 규정이 ㅎ불규칙용언의 용례 손질에 영향을 미치게 됐다.
이은희 기자 lee.eunhee@jt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