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라가 한국 화장품 판매 시장에 새로운 핵이 될까. 1970년 프랑스에서 처음 생긴 화장품 전문점 세포라는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계열에 속한 세계적인 프리미엄 뷰티 편집숍이다. 34개국에 진출해 2300개 매장(아시아지역 350여개)을 운영한다. 이런 세포라가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화장품 시장’ 중 하나로 꼽히는 한국에 도전장을 냈다. 명품 브랜드 화장품과 세포라 자체 브랜드, 직구로만 살 수 있었던 제품을 무기로 5조6000억원에 달하는 한국 화장품 판매 시장(지난해 기준)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됐다.
세포라 1호점 개점 사흘째 분위기는 ‘흥겹지만 폭발적이지는 않은’으로 요약할 수 있었다. 줄을 서 기다리는 사람은 일반 소비자와 외국인 관광객이 뒤섞여 있었다. 한 여성 관광객은 ”물건을 사기 위한 줄인가”를 물었고 “입장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자 신기해했다. 그는 “가을에 쓸 립스틱을 구경하겠다”고 했다. 한국 소비자 중에는 화장품에 관심이 많은 이른바 ‘코덕(코스메틱 덕후)’이 눈에 많이 띄었다. 완벽하게 화장을 한 20대 남성 여러 명이 제품을 구경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LVMH 계열 뷰티전문점 한국 진출
화장한 남성 등 ‘코덕’ 관심 집중
줄 서지만, 3분 정도면 입장 가능
첫날 1만명…사흘간 2만3000명
10여 종 화장품 판매점과 경쟁
“매장 수 적어 당장 영향 제한적”
가장 붐비는 곳은 ‘세포라 콜렉션’ 등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화장품 브랜드 진열장이었다. 세포라는 다른 화장품 매장과 차별화를 위해 타르트ㆍ후다 뷰티ㆍ아나스타샤 베벌리 힐스ㆍ조이바ㆍ스매시박스 등 30여개 이르는 해외 독점 브랜드, 활명ㆍ탬버린즈ㆍ어뮤즈 등 국내 독점 브랜드를 포함 45개의 독점 브랜드를 소개한다. 이 브랜드들은 3개월 한 번씩 교체해 순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한국 세포라에서만 설치한다고 홍보된 다이슨 헤어 관련 제품 체험장은 대기 없이 바로 이용 가능했다. 전문가가 어울리는 화장법을 알려주는 ‘메이크오버 서비스’도 대기자가 많지 않았다. 특정 상품을 앞다투어 대량 구매하는 사재기 현상은 보이지 않았다. 세포라 코리아 관계자는 “사흘간 분위기는 긍정적이었고 피크 타임엔 조금 더 오래 줄을 서야 한다”고 설명했다.
세포라는 1호점인 파르나스몰점을 시작으로 오는 12월 2호점 명동 롯데영플라자점, 3호점 신촌 현대유플렉스점을 열 예정이다. 내년 2월 중에는 잠실 롯데월드몰에 4호점을 오픈 할 예정이다. 내년까지 온라인 스토어를 포함해 7개의 신규 매장을 선보일 예정이며 2022년까지 14개 매장을 새롭게 연다.
시장조사 전문 기관 유로모니터는 세포라 한국 진출에 대해 “ LVMH 계열의 프리미엄 뷰티 전문 매장인 만큼 명품 브랜드 및 해외에서만 구매 가능했던 프리미엄 뷰티 브랜드들을 적극적으로 내세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동안 한국 화장품 판매의 주력 채널이었던 화장품 기업 로드샵과 백화점은 최근 하락세를 그린다. 대신 중저가 제품 중심으로 인기 제품을 빠르게 공급하는 H&B 스토어가 시장을 장악했다. 2013~2018년 H&B 시장은 연평균 32.8% 성장해 왔다. 2013년 대비 2018년 시장 규모는 313% 컸다. 현재는 1233개 매장을 보유한 올리브영과 각 150개씩 점포를 운영하며 확장세에 들어선 랄라블라, 롭스가 사실상 화장품 시장 유행을 주도하고 있다. 세포라 진출을 계기로 이들 ‘터줏대감’이 어떤 대응을 할 것인지도 주목된다.
뷰티 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너무 초반이라 예단하긴 어렵지만 국내 시장에선 한국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 선호도가 강하고 당장 살 것이 없어도 눈에 띄는 오프라인 매장에 들어가 구매하는 소비 패턴이 자리잡았다”며 “부츠도 매장 수가 적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던 점을 볼 때 세포라 진출이 시장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 같다”고 말했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