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시작한 서울국제음악제는 22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헝가리 죄르 필하모닉의 연주로 개막했다. 개막을 포함해 총 4번의 오케스트라, 7번의 실내악 공연이 다음 달 8일까지 이어진다. 작곡가이기도 한 류 감독은 “초반부 공연들은 인간, 후반부는 환경과 연관돼 있다”며 “단 한 명이라도 환경에 대해 생각해주고, 집에 돌아가 조금이라도 변화를 시도한다면 좋겠다”고 했다.
음악제의 하이라이트는 26일 크시스토프 펜데레츠키의 ‘누가 수난곡’ 한국 초연이다. 1966년 작곡된 이 작품은 폴란드인인 작곡가가 직접 겪은 전쟁과 그 후의 비극, 그리고 인간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류 감독은 “사람으로서 걸어야 할 길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그 끝이 십자가에 못 박히는 것처럼 비극적이라 하더라도 걸어가는 것만으로 다음 세대에 뭔가를 보여줄 수 있지 않겠느냐. 그 점에서 음악제의 주제와도 통한다”고 설명했다.
서울국제음악제 예술감독 류재준
22일 개막 다음 달 8일까지
작곡가 펜데레츠키 내한은 취소
이번 음악제에서는 폴란드와 헝가리의 음악이 주축이다. 류 감독은 “음악제 첫 회부터 목표는 한국과 연관 있는 나라의 음악을 소개하는 것이었다”며 “한국에서 잘 들을 수 없는 새로운 음악을, 스타 연주자보다는 진짜 실력이 좋은 ‘가성비 좋은’ 연주자들을 통해 공연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했다.
31일부터 다음 달 8일까지 열리는 실내악 공연은 ‘파도치는 해변’ ‘봄의 발라드’ ‘겨울 문턱에서’ 등 계절과 관련된 제목으로 열린다.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은 절망적일 정도이지만 너무 비극적인 장면을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다. 심각성을 깨달으면서도 지금 있는 것을 향유하고 느끼라는 메시지가 들어있는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서울국제음악제는 서울 예술의전당을 비롯해 롯데콘서트홀, 일신홀, JCC아트센터에서 나눠 열린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