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철용은 2006년 개봉한 영화 ‘타짜1’에서 배우 김응수가 연기한 인물이다. 조폭 두목으로 도박장을 운영하며 위세를 떨치지만 극 중간에 자동차 전복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조승우·유해진·김혜수·백윤식·김윤석 등 쟁쟁한 배우들이 ‘타짜1’에서 개성 넘친 연기를 펼친 탓에 개봉 당시 김응수는 별다른 조명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올 추석 연휴에 맞춰 선보인 ‘타짜3’가 전작보다 못하는 평가를 받으며 ‘타짜1’이 새삼 화제가 됐고, 영화 속 곽철용 등장 장면만 편집한 동영상이 유튜브 등을 통해 확산되면서 곽철용 재평가 작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2006년 ‘타짜1’ 조폭 곽철용
남성적 허세 뒤늦게 재미로 각광
유튜브서 급부상, 광고 출연도
최신 흥행작 주인공 ‘조커’
사회적 약자가 악인으로 변신
현실의 불평등이 공감대 자극
과거의 문화 콘텐트를 ‘발굴’해 동영상·움짤(움직이는 사진) 등 2차 콘텐트로 가공,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즐기는 신세대 놀이 문화도 곽철용의 부상에 한몫했다. 1990, 2000년대 TV 음악방송 동영상이 ‘온라인 탑골공원’이라 불리며 인기를 끌고, 배우 김영철의 드라마 ‘야인시대’(2002) 시절 대사 ‘사딸라’가 지난해 갑자기 돌풍을 일으킨 것과 일맥상통한 현상이다. 현재 온라인 상에는 곽철용 대사를 활용한 가상 광고, 게임, 성대모사 등 다양한 패러디물이 조회수를 높이고 있다. OCN 디지털 스튜디오 ‘뭅뭅’에서 제작해 지난달 30일 유튜브에 올린 ‘철용 명대사 모음’ 동영상은 23일 현재 248만 조회수를 기록했고, “묻고 더블로 가”를 비롯해 “젊은 친구, 신사답게 행동해” “마포대교는 무너졌냐” 등 곽철용이 한 말들이 유행어로 떠올랐다. 강유정 문화평론가는 “곽철용 열풍의 일등공신은 유튜브”라며 “곽철용의 대사가 복잡하지 않아 소비자의 감성에 직관적으로 꽂히기 때문에 상업적으로도 활용될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지난 2일 개봉한 ‘조커’는 22일 현재 누적 관객수 464만 명을 기록하며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에 대해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악역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의미가 있는 악역에 대해 공감을 한다”는 것이다. 이어 “기득권자의 기준에서 만들어진 정의에 대한 틀이 뒤집어지는 장면을 보며 관객들도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며 “불평등에 점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회 현실을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해석했다.
곽철용과 조커의 인기 이면에는 김응수와 호아킨 피닉스, 두 배우의 명연기 공도 크다. 김응수는 촬영 당시를 돌아보며 “영화 전반부의 재미를 곽철용이 책임져야 한다는 사명감이 컸다. 인물을 설득력·흡인력 있게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조커 캐릭터를 위해 몸무게를 24㎏이나 감량하며 열연을 펼친 호아킨 피닉스는 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 유력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