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자선 골프대회에선 돈이 거의 모이지 않는다. 기부금을 걷어도, 프로골퍼나 참가 연예인의 이른바 ‘거마비’로 대부분 나갔다. 연예인이 오지 않으면 돈을 기부할 참가자조차 모이지 않았다. 그래서 한국의 자선 골프대회는 “이름에 자선을 붙인 연예인 무료 골프대회”라는 힐난도 받았다.
브리지스톤 모금 13년만에 20배
코스닥협회·박찬호재단 등 동참
올해는 원로배우 이순재, 프로골퍼 서희경 등이 재능 기부에 동참했다. 일부 재능기부자는 자선기금을 내기도 한다. 회사는 대회 당일 이벤트 홀 행사, 푸드트럭, 만찬 행사(경매) 모금 등을 통해서도 기부금을 모은다.
이 회사 이민기 회장은 “처음엔 기부금이 너무 적어서 ‘아예 대회를 열지 않고 소요 경비를 자선기금으로 내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도 했다. 하지만 꾸준히 행사하면 사람들이 남을 돕는 기쁨을 알게 될 것 같아 밀어붙였다. 올해 처음으로 기부액이 경비보다 많아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처럼 한국도 자선 골프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코스닥협회가 여는 미소사랑 자선 골프대회는 올해로 14회째다. 올해 모금액은 1억 8800만원이다. 한림화상재단, 서울대 어린이병원 등에 전달했다. 누적 후원금은 16억 3000만원에 이른다. 이 대회를 만든 박기석 시공테크 회장은 “처음엔 유명 연예인이나 여성 프로골퍼가 나와야 일반인이 참가하고 모금도 됐다. 지금은 다들 자선에 호응해 참가한다. 5년 전보다 두 배 정도 기금이 모인다”고 말했다.
유소년 야구 장학생을 위한 박찬호 재단은 1억 2000만원을, 소외된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을 돕는 더 퍼스트 티 한국재단은 7000만원을 각각 자선 골프를 통해 모았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