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는 서울예고와 서울대 성악과를 졸업했다. 같은 대학에서 석사를 마치고 현재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그래서 뮤지컬 무대 데뷔 때부터 서울대 성악과 출신의 배우로 조명을 받았다. 그 이력은 한편으로 극복해야 할 대상이기도 했다.
올해만 뮤지컬 네 편 주연한 카이
클래식·가요 아울러 단독콘서트
그는 자신의 한계를 극복한 첫 작품으로 2017년의 ‘벤허’를 꼽는다. “연기를 지독하게 배우고 노래의 스타일을 다듬어 완성도를 높였다. 내 앞에 있던 보이지 않던 벽이 뚫린 것 같았다.” 이후 맡은 배역의 색채가 다양해졌다. ‘더 라스트 키스’의 황태자, ‘프랑켄슈타인’의 앙리 뒤프레, ‘엑스칼리버’의 아더 등이다.
다양한 감정 표현은 그가 새로 찾은 돌파구다. “클래식을 할 때는 이만큼 능동적으로 감정을 표현해보지 못했다”는 그는 “일상생활에서 얻은 스트레스와 묵은 감정을 뮤지컬 무대 위에서 푼다”고 말했다.
‘진영’에 대한 고민도 정리했다. “뮤지컬 쪽에서는 내 노래가 너무 클래시컬하다 하고 클래식 하는 사람들은 극단적으로 대중적이라 생각한다”며 “그 사이가 아주 멀지만 나는 그 어디쯤 있는 ‘노래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카이는 성악가와 뮤지컬 배우라는 틀을 벗어나 ‘노래하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보여줄 콘서트 ‘카이의 서울 클래식’을 24일 연다. 오후 8시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슈만의 ‘헌정’, 뮤지컬 음악들, 최근 낸 앨범 속 노래를 들려줄 예정이다. 그의 요즘 관심사는 한국 가수가 외국에서 부를 수 있는 노래들이다. 창작곡 ‘너의 아리랑’, 옛 가요인 ‘애모’와 ‘향수’ 등을 편곡해 앨범을 냈다. 그는 “한국의 정서가 녹아 있으면서도 세계로 나갈 수 있는 노래를 앞으로도 발전시키고 싶다”고 했다.
이번 콘서트는 노래 여정을 펼쳐보이는 무대다. 방송국 합창단원이던 유치원 시절 녹음한 적이 있는 동요 ‘참새 두 마리’로 시작해 클래식 음악, 뮤지컬, 대중가요 어느 쪽에도 온전히 속하지 않는 그를 보여준다. “2008년 데뷔할 때 그렸던 모습을 200% 달성했다. 새로운 걸 찾아야 한다는 강박을 이제 버렸다.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는 일, 음악을 대하는 일 자체에서 기쁨을 느끼려고 한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