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문 대통령은 이날 시정 연설에서 "정시 비중 상향을 포함한 ‘입시제도 개편안’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시작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전면 실태조사를 엄정하게 추진하고, 고교 서열화 해소를 위한 방안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대입 정시 비율을 높이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건 이날이 처음이다. 조 전 장관 자녀의 입시 특혜 의혹이 불거진 이후 교육부는 "학생부 종합전형의 문제점 개선에 집중하겠다"며 정시 비율 상향엔 유보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대통령의 시정연설 전날인 21일 국회 교육위원회 국감에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정시 확대 요구는 학종이 불공정하다는 인식 때문에 높아지고 있는 게 아닌가 본다. 학종 공정성에 대한 것을 먼저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정시 확대 목소리가 계속 커지고 있었다. 21일 국회 교육위 소속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에서 "교육부는 자사고와 외고의 일반고 전환뿐 아니라 대입 정시 확대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검토해달라"고 주문했다. 여당 지도부에서 정시 확대 주장이 나온 건 처음이었다. '조국 사태' 이후 자유한국당도 정시 확대를 당론으로 채택한 상태였고, 민주평화당도 "50%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현재 당·정·청에서 논의하고 있는 대입 개편안의 최종안은 다음 달 말 발표 예정인 교육부의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에 담길 계획이다.
교육부가 다음 달말 발표한 최종안에 따라 지난해 국가교육회의의 권고로 일단락됐던 정시-수시 논쟁도 재점화할 전망이다. 지난해 대입 공론화를 진행했던 국가교육회의의 권고에 따라 정부는 2022학년도 입시까지 대입 정시 비율을 30% 이상으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최종안에 따라 1년 만에 다시 정시·수시 비율도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정시 확대를 주장해온 측은 환영 입장을 밝혔다. 이종배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 대표는 "대통령이 이제라도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에 대해 다행"이라며 "만약 조국 사태에 대한 국민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한 요식행위거나 총선을 앞둔 정치적 발언이라면 국민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시정연설 직후 수도권 4년제 대학의 입학처장은 "학생 선발 주체인 대학, 학생 교육을 맡은 고교 등과의 협의 없이 국민 여론과 정치적 논리만을 고려해 정책을 만드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면서도 "상당수 대학이 결국 '돈줄'(재정지원)을 쥐고 있는 교육부의 뜻을 거스르긴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학생·학부모의 혼란도 예상된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지난해 진통 끝에 대입제도 개편에 어느 정도 합의했는데, 올해 들어서만 수차례 방향이 바뀌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특히 당장 학종을 염두에 두고 대입을 준비하는 학생‧학부모가 대통령 발언으로 갈팡질팡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천인성·전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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