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총리는 이날 오전 6시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 대사와 환담하며 이같이 말했다고 정운현 총리실 비서실장이 전했다. 한·일관계 경색 국면에서 이 총리가 일본을 방문하며 밝힌 첫 일성인 셈이다.
이 총리는 “단 한 번 방문으로 모든 게 해결되리라 기대하지는 않는다”는 언급에서 현재 양국 갈등이 한번에 풀기 어려운 상황임을 시사했다. 그렇지만 이번 방문을 통해 한·일관계를 전환시키는 계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나가미네 대사는 “이 총리께서 천황 즉위식에 방문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일본에 가셔서 여러 인사들과 교류하며 좋은 성과를 얻길 기대한다”고 인사했다. 이 총리도 “30년 전 상왕(아키히토 전 일왕) 즉위식 특파원으로 취재했고, 이번에는 정부 대표로 참석하게 됐다”며 “귀중한 인연이라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이어 “즉위식을 갖는 천황께서 한국에 관심을 갖고 계신 것으로 생각된다”며 “한·일관계가 조화롭고 성숙한 관계가 되길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또 “양국 관계에 여러 어려운 문제가 있지만 두 나라가 지혜를 가지고 잘 관리해 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 총리의 설명처럼 이번 일왕 즉위식은 그에겐 남다르다. 이 총리는 1990년 11월 동아일보 도쿄 특파원 시절 아키히토(明仁) 전 일왕의 즉위식을 취재했다. 29년이 흘러 이 총리는 국무총리가 됐고, 이번 나루히토 일왕 즉위식에 한국 정부 대표로 참석하게 됐다. 외국인 신분으로, 한 번 경험하기도 힘든 일왕 즉위식을 2대(代)에 걸쳐 현장에서 지켜보게 된 셈이다.
이 총리는 즉위식 참석을 마친 뒤 2001년 전철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다 숨진 의인 고(故) 이수현씨를 기리기 위해 사고 현장인 도쿄 신주쿠(新宿) 신오쿠보(新大久保) 지하철역을 방문한다. 이후 신오쿠보역 근처에 있는 한인타운을 찾아 재일 동포들이 운영하는 상점을 둘러보고 한일 갈등 이후 상인들의 애로사항도 청취할 계획이다.
도쿄=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