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남영비비안은 21일 금융감독원 공시를 통해 지분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쌍방울·광림컨소시엄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쌍방울 역시 같은 날 “매각주간사(라자드코리아)로부터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음을 통보받았다”고 공시했다.
증권가, 인수 시너지는 ‘갸우뚱’
남영비비안은 지난해 매출액 2061억원을 기록했지만 3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2017년부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했지만 실적 반등에 실패했다. 남영비비안의 수익성이 악화한 건 유니클로·자라·H&M·망고 등 생산·제조, 유통·판매까지 의류 생산 전 과정을 담당하는 해외 스파(SPA) 브랜드가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속옷 시장을 공략하면서다. 실제로 남영비비안은 사업보고서를 통해 “최근 신규 업체들이 해외 브랜드 수입을 통해 시장 진입을 시도하고 있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쌍방울과 함께 남영비비안을 인수하기 위해서 컨소시엄에 참여한 광림은 크레인·특장차를 만드는 업체다. 1993년 코스닥에 상장했다. 현재 쌍방울 지분 1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문제는 쌍방울과 비비안의 시너지다. 증권가는 양사가 매각가를 절충해서 남영비비안이 쌍방울에 안기더라도, 비비안의 사업구조를 흑자로 되돌려놓을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쌍방울 역시 영업이익률이 다소 낮은 상황인데다, 쌍방울의 최대주주인 광림이 2016년 이후 3년 연속으로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쌍방울의 인수 여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흘러나온다. 상반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쌍방울의 현금·현금성자산은 187억원 가량이다. 같은 기간 광림은 334억원 가량의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거론하는 남영비비안의 예상 매각가는 500억원 안팎이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내 속옷 브랜드가 내수 시장에서 침체하는 분위기를 고려하면 쌍방울이 남영비비안을 인수한다고 해서 뾰족한 수가 보이지는 않는다”며 “다만 속옷 시장에서 사업 규모를 확대하면 규모의 경제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는 어느 정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고(故) 남상수 회장이 1957년 설립한 남영비비안은 대형마트·홈쇼핑·도매점 등에서 비비엠·마터니티·판도라 등 8개 의류 브랜드를 판매한다. 신영와코루와 함께 국내 여성 속옷 브랜드의 양대 산맥으로 불린다. 21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1841억원이다. 21일 남영비비안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9.78% 상승했다(2만6800원). 쌍방울 역시 전일 대비 35원(3.37%) 오른 1075원에 거래를 마쳤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