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일왕(일본에선 천황) 즉위식을 앞두고 집권 자민당 내에서 때아닌 옛 왕족 복귀론이 일고 있다. 당내 보수파 그룹인 ‘일본의 존엄과 국익을 지키는 모임’이 이런 제안을 즉위식 이튿날인 23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게 직접 건의할 예정이라고 산케이신문이 21일 전했다.
자민당 보수파, 즉위식 이튿날 아베에 공식 건의
딸만 둔 일왕 의식…모계는 "천황답지 않은 천황"
1947년 왕적 이탈했는데, 전전으로 복귀 시도
야당은 '남성 천황' 제도 반대…논란 복격화 예상
제안의 핵심은 ‘모계 일왕을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나루히토(徳仁) 일왕은 딸인 아이코(愛子)만 두고 있다. 일왕의 친동생이자 후계 1순위인 코시(皇嗣) 후미히토(文仁)와 그의 아들인 후계 2순위 히사히토(悠仁)를 제외하면 왕실엔 남성이 없다. 왕실 제도와 구성을 규정한 ‘황실전범’에 따르면 남성만 일왕에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자민당 보수그룹은 이 경우 부계가 아닌 모계로 왕위 계승권이 넘어갈 수 있다며 강력히 반대한다. 즉 여성 왕족이 평민과 사이에서 낳은 자녀가 일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산케이에 따르면 이들은 “역대 여성 일왕은 8명 존재했지만, 모두 부계 세습에 따라 후임은 남성으로 정해졌다”며 “모계 천황을 인정하면 ‘이질적인 왕조’, ‘천황답지 않은 천황’을 낳게 된다”고 반발하고 있다.
대신 이들은 “(방계라 하더라도) 미야케를 황족의 양자로 들일 수 있게 하자”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일왕에 오를 수 있는 남성 풀을 늘리자는 의미다. 이는 일본이 1947년 미군정의 지휘 아래 받아들였던 왕족들의 신적강화(臣籍降下·왕적 이탈)를 전전으로 되돌리자는 주장이기도 하다.
산케이는 “성차별 제도로 오인받을 수 있다는 점을 피하기 위해 제안에선 ‘남계’ ‘여계’가 아닌 ‘부계’ ‘모계’라는 용어를 사용했다”며 “아베 총리에게 직접 제안서를 건네 (여계 일왕 승계) 움직임을 견제할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야당에선 시대에 맞지 않는 남성 일왕 제도 자체를 바꾸자는 입장이어서 일왕 즉위식 이후 후계 논란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