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퇴 뒤에도 갈린 광장
집회에서는 북한에서 월드컵 예선경기를 치르고 온 손흥민 선수에 대한 ‘지지’도 이어졌다. 정용기 한국당 의원은 “손 선수가 ‘안 다치고 돌아온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했는데, 국가대표 선수 안전 하나 지키지 못하는 게 나라냐”며 “그런데 이 와중에 서울과 평양에서 공동 올림픽을 개최하겠다고 하는 대통령이 대한민국 대통령 맞나”라고 주장했다. 오후 2시20분쯤 단상에 올라간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광화문 10월 항쟁은 승리했다. 조국(전 법무부 장관)은 우리가 사퇴시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전 장관의 사퇴 이후 열린 집회인 만큼 “조국 수호” 구호는 사라졌지만 ‘설치하라! 공수처’ ‘응답하라 국회’ 등 검찰 개혁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는 내용의 피켓들이 자리 잡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조 전 장관이 나란히 그려진 피켓을 들고 있는 참가자도 많았다.
이날 집회는 유모차를 끌고 나온 가족부터 노년층 부부, 학생들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참석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모(54·여)씨는 “많은 사람이 올 것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이처럼 많은 사람이 오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며 “다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사퇴에 분노해 모였을 것 같다”고 말했다.
눈에 띄게 ‘태극기’를 들고 다니는 사람도 많았다. 보수단체의 ‘태극기 집회’ 등으로 훼손된 태극기의 이미지를 되찾겠다는 취지다. 이날 오후 5시30분부터는 ‘태극기 퍼포먼스’가 연출되기도 했다. 이날 무대 앞쪽에 앉은 참가자들은 대형 태극기를 머리 위로 들어올려 넓게 펼쳤다.
한편 촛불집회에서 몇m 떨어져 있지 않은 국회의사당 4, 5번 출구 부근에서는 자유연대 등 보수단체들이 오후 2시부터 ‘맞불 집회’를 열었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