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은 이날 브렉시트 승인투표에 앞서 브렉시트 이행을 위한 영국 법률이 마련될 때까지 존슨 총리의 합의안에 대한 의회의 최종 승인을 유보하자며 올리버 레트윈 경이 낸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찬성 322표, 반대 306표였다. 의도하지 않은 ‘노 딜’(no deal) 브렉시트를 방지하기 위한 취지다.
이 법안이 가결됨에 따라 존슨 총리는 당초 예정된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승인 투표를 취소했다. 다음 주에 이 수정안이 요구하는 이행 법률안을 하원에 상정하겠다고 밝혔다. 집권 보수당 의원 대부분이 하원을 빠져나가 나머지 법안 등에 대한 표결을 무산됐다.
브렉시트 합의안 승인 보류안만 통과
'운명의 날'에 존슨안 표결도 못 해봐
존슨 내년 1월까지 추가연장 요청해야
존슨 "포기 않겠다"…눈 앞엔 가시밭길
하지만 수정안 통과로 브렉시트 합의안 승인 투표가 열리지 않게 되면서 존슨 총리는 유럽연합(탈퇴)법, 이른바 ‘벤 액트’에 따라 이날 중 브렉시트 추가 연기를 EU에 요청해야 한다. 지난달 제정된 이 법에 따르면 이날까지 정부가 EU와의 합의안이나 ‘노 딜’ 브렉시트에 대한 의회 승인을 받지 못하면 존슨 총리가 EU 집행위원회에 브렉시트를 2020년 1월 31일까지 3개월 추가 연기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내도록 했다.
존슨 총리는 ‘레트윈 수정안' 통과 이후 브렉시트 추가 연장을 요청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야당 의원들로부터 “법을 따르지 않으면 감옥에 갈 것"이라는 비난을 들었다.
존슨 총리는 이날 수정안 통과에도 불구하고 오는 31일까지 브렉시트를 단행할 수 있게 하겠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영국 법령을 미리 준비해야 하는 데다, 이미 통과된 벤 액트를 무시할 수 없는 만큼 일단 EU에 연장을 요청하는 상황에 내몰릴 것으로 보인다. EU 측이 추가 연장을 받아들일지는두고 봐야 하지만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영국으로부터 추가 연장 요청이 오면 사유를 따져봐야 한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테리사 메이 전 총리의 합의안이 세 차례나 부결되면서 존슨 총리가 취임했지만, 브렉시트 전망은 여전히 안개 속이다. 이날 런던 중심가와 의회 밖에서는 존슨 총리의 합의안을 국민투표에 부쳐야 한다고 요구하는 수천 명이 모여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승인 유보 법안이 통과하자 웨스트민스터 의사당 밖에서 환호했다.
브렉시트가 일단 연장될 경우 존슨 총리는 조기 총선을 치르자고 다시 주장할 수 있다. 야당은 합의안을 국민투표에 부치자는 입장이 많아 향후 흐름이 주목된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