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0월 18일) 하늘, 바람, 햇살, 구름 좋으니 무작정 걸었습니다.
서울 종로구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두메부추 꽃을 봤습니다.
고운 자줏빛이 가을 햇살에 어른거립니다.
도시에서 만난 터라 더 반갑습니다.
선과 면에 고스란히 든 비술나무와 가을 하늘,
마치 몬드리안의 작품 같습니다.
가서 보니 댑싸리입니다.
연록에서 분홍으로,
댑싸리의 가을은 시나브로 왔습니다.
‘영원한 봄’이라는 제목에
‘가을, 겨울 걸친 전시 기간 동안 봄의 온도 항상성을 유지하는 온실’이라는
설명이 있습니다.
제목이 ‘영원한 봄’일지라도
창엔 가을 하늘이 그득 들었습니다.
수없이 이 길을 지나다녔건만,
한 번도 눈여겨본 적 없었습니다.
한 아름에 보듬을 수 없는 굵기에,
오랜 삶의 흔적이 껍질에 아로새겨졌습니다.
우리가 보던,
못 보던,
미루나무는 제 나름의 시간으로 이 가을에도 서 있습니다.
담 너머 아스라한 북악산에도 드높은 구름이 오갑니다.
그 바람이 오는 곳으로 걸었습니다.
싱그런 국화 내음이었습니다.
샛노란 꽃에 앉은 나비가 오래도록 머뭅니다.
향기에 끌린 건 저뿐만 아닌 겁니다.
꽃은 한 가닥 바람에조차 춤을 춰야 하는 운명을 타고났습니다.
조그만 별들이 대롱대롱 매달린 것만 같습니다.
가우리 꽃도 좀처럼 쉬지 않습니다.
마치 나비가 나는 듯 하늘거립니다.
구멍 숭숭 난 해바라기 이파리입니다.
지난여름 겨우 살아내면서도,
뭇 생명에게 제 삶을 내어 준 흔적입니다.
구멍 숭숭 난 이파리로 피워 올린 꽃 하나,
그 늦둥이 해바라기에도 가을이 익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