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가 바리케이드를 치고 화염병을 던지며 경찰과 충돌하고 있는 건 과거 시위 양상과 비슷하다. 한데 최근 홍콩의 시위를 본뜬 새로운 시위 양상이 스페인에 출현했다고 환구시보가 미국 인터넷 매체 ‘쿼츠(QUARTZ, 석영)’를 인용해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카탈루냐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시위대는 단순히 구호를 외치는 게 아니라 거리에 모인 뒤 신속하게 주요 도로를 막아 교통을 봉쇄한 뒤 다음 목표인 바르셀로나 공항에 집결해 공항을 마비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홍콩 시위대가 지난 8월 중순과 9월 초 홍콩의 첵랍콕 공항을 마비시켰던 것과 같은 전략이다. 14일 하루에만 수천 명의 시위대가 바르셀로나 공항으로 몰려 약 110편의 항공기 운항이 취소됐다.
카탈루냐 분리독립을 지지하는 세력은 또 홍콩의 “be water” 구호에 상응하듯 “쓰나미처럼(as a tsunami)”이란 구호를 내세우고 있다. 공항 점거 때도 홍콩 시위대와 비슷하게 텔레그램 등을 이용해 130개의 저가 탑승권을 구매한 뒤 공항으로 진입하는 방식을 썼다.
시위 활동을 전하며 분리독립을 지지하는 인터넷 사이트 ‘소풍X공화(PicnicXRepublica)’엔 홍콩의 과격 시위 사진이 올라와 있다. 이 사이트는 카탈루냐 시위대도 홍콩 시위대처럼 마스크를 써 정부의 추적을 피하면서 국제적으로 투쟁 이미지를 강화하자고 주장한다.
카탈루냐의 분리독립 지지세력은 지난 몇 주에 걸쳐 홍콩의 시위 모델을 상세하게 연구했다고 한다. 지난 9월엔 카탈루냐국민대회(ANC) 소속의 한 조직에서 “비폭력 투쟁 중 새로운 전술 사용 경험: 홍콩의 예”라는 제목으로 공개적인 포럼을 열었다.
페르난도 산체스 스페인 임시총리는 16일 “어떤 상황에서도 폭력으로 사회 안정을 위협하는 건 용납할 수 없다”며 “조직적인 폭력집단을 단속해 사회 질서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18일 카탈루냐 전역에서 파업과 대규모 시위가 예고돼 있어 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우리 외교부는 카탈루냐 지역에 대한 여행 경보를 1단계 여행 유의에서 2단계 여행 자제로 상향 조정했다.
한편 환구시보는 사설을 통해 홍콩의 시위에 대해선 즐기는 듯한 태도를 보이던 서방 매체가 카탈루냐 시위에 대해선 난감한 모습을 보인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홍콩 시위 모델이 영국과 호주의 환경단체로도 수출돼 해당 국가 공항이 점거될 것으로 전망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