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철, 무관중 남북축구에 “북한 나름의 공정조치 해석도 있다”

중앙일보

입력 2019.10.18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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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1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지난 15일 평양에서 열린 월드컵 축구 남북 예선전이 ‘무중계·무관중’으로 치러진 데 대해 “국민들에게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김 장관은 유기준 자유한국당 의원이 중계도, 관중도 없이 축구 경기가 진행된 데 대한 입장을 묻자 “통일부 장관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죄송스럽고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이 북한에 대해 ‘대단히 실망했다’ 정도는 이야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자 김 장관은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북한의 행동에 대해 “중계권료와 입장권 수익을 포기한 것은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남북관계의 소강 국면을 반영한 측면이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관중 상태로 경기가 진행된 데 대해 “남측 응원단을 받지 않은 상황에서 자기들 나름대로 공정성의 조치를 취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고 덧붙였다.  

“남측 응원단 없으니 북도…” 발언
한국당 “북한에 강력 항의하라”

그러나 이는 북한이 국제 스포츠계의 상식을 무시한 채 무관중 경기를 진행했는데, 북한을 두둔하는 듯한 답변으로 비쳐 논란이 일었다.
 
이석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평양에 간 선수단이 공포심을 느낀 것 같은데 그 정도라면 (정부가) 선수들을 안 보냈어야 하지 않느냐”고 따졌다. 원유철 한국당 의원도 “정부가 자국 선수단 신변 안전에 만전을 기했어야 한다. 북한에 강력하게 항의하고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장관은 “이번 예선전 자체는 대한축구협회와 아시아축구연맹(AFC)이 협의해 이뤄졌고, 정부는 응원단 파견 등 최대한의 지원을 노력했는데 결과적으로 잘 안 됐다”고 답했다.
 
이날 국감장에는 통일부가 대북 지원용 쌀을 담기 위해 제작한 쌀 포대가 등장했다. 유기준 의원은 이 포대를 들어 보인 뒤 “7월 24일 북한이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한 국내산 쌀 5만t 지원을 거부했는데도 한 달이 지난 8월 24일까지 140만 장이나 포대를 제작한 이유는 뭐냐”고 추궁했다.  


북한이 쌀을 안 받겠다는데 정부가 예산 8억원을 집행해 쌀 포대를 사전 제작한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 <중앙일보 9월 17일자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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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의원은 “통일부가 북한이 쌀을 받지 않겠다는데도 쌀 포대를 제작해 혈세를 낭비했다”고 지적했다. 김 장관은 “쌀 포대는 앞서 WFP와 협약을 맺은 후 매뉴얼에 따라 제작한 것”이라고 답했다.
 
또 북한의 쌀 지원 거부와 관련해선 “WFP와 계속 협의하고 있고, WFP 사무총장이나 아시아국장 등 대부분 간부는 ‘기다려 달라’고 하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유 의원은 “WFP에 진행이 안 되는 이유를 물어보니 ‘북한에서 거절해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다’고 답한다”며 “북한이 안 받겠다는데 무슨 협의를 더 하겠느냐”고 반박했다.  
 
유 의원은 “통일부는 WFP와의 협약으로 쌀 지원 효력을 유지하고 있다는데 잘못된 주장”이라며 “WFP에 송금한 사업관리비용 1177만 달러(약 140억원)를 즉각 회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