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은 세계경제성장률을 올해와 내년 각각 3.0%. 3.4%로 예측했지만, 전 세계적인 무역갈등과 지정학적 위험으로 내년 세계경제가 예상보다 훨씬 나빠질 수도 있다. 유례없이 오랜 호황이던 미국의 성장률이 둔화하고 있다. 유럽 총생산(GDP)의 21%를 차지하는 독일 경제는 2/4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했고 당분간 침체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중국은 경기 부양책으로 버티고 있지만, 미·중 무역분쟁이 계속되면 내년에 성장률이 빠르게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털퇴), 금융시장 불안정, 중동의 군사충돌, 홍콩 사태 등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매우 높다.
한국 경제 위기 경고음 울리는데
정치 혼란과 정책 실패 겹쳐 있어
통합의 정치로 국가역량 모으고
경기 대응과 구조개혁 해야 할 때
청와대는 한국 경제성장률은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주요 선진국보다 높고 아직 위기는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한국 경제성장률은 IMF의 39개 선진국 그룹 국가 중에서 중간 정도이다. 중소기업인, 자영업자, 청년 실업자 등 어려움을 겪는 국민이 많다. 괜찮아 보이는 지표만 모아서 “아직 위기는 아니다”라고 소리치는 것만으로 국민이 느끼는 불안과 위기감이 해소되진 않는다. 경기를 회복시키고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신뢰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IMF의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한국 정부가 인프라와 연구개발(R&D)에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권고했다. 비생산적인 지출은 줄이고 경기 활성 효과가 크고 성장잠재력을 높일 수 있는 부문에 재정지출을 늘려야 한다. 기업의 설비투자, 교육·훈련, 연구개발을 촉진하는 과감한 세금인하와 보조금 정책도 고려해볼 만하다. IMF는 신흥국들이 노동, 금융, 무역, 정부 부문의 개혁으로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권고했다. 한국은 무엇보다 노동시장과 정부 부문 개혁이 필요하다. 세계경제포럼(WEF)의 ‘2019년 글로벌 경쟁력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의 국가경쟁력은 세계 13위이지만 임금 결정의 유연성(84위), 고용·해고 관행(102위), 노사협력(130위), 정부정책 안정성(76위), 정부규제의 기업 부담(87위)에서 매우 뒤처져 있다.
경제 위기를 알리는 경고음이 계속 울렸지만, 경제정책은 제대로 논의되지 않고 있다. 지난 몇 달간 한국은 ‘조국 사태’에 매몰돼 경제, 외교 등 중요한 문제가 모두 뒷전으로 밀렸다. 국론은 분열되고 많은 시민이 광장으로 나왔다. 영국의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에서 학벌 지상주의에 부모의 부와 인맥을 동원하여 성공하려는 한국 사회의 문제가 최순실 사태처럼 또 발생했다고 했다. 특권층의 위선과 부정부패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컸다. 문재인 정부는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번 사태로 보듯이 아직 갈 길이 멀다.
이제 대통령과 정치권이 정치 혼란과 사회분열을 치유하고 국가역량을 모아 경제 살리기에 나서야 한다. 잘못된 정책은 과감히 수정하고 제대로 된 경기 대응과 구조개혁으로 경기침체에 힘들어하고 한국 경제의 미래를 걱정하는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