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NYT)는 지난주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최한 '아메리칸 프라이어리티' 행사에서 가짜 트럼프 대통령이 언론과 정적에게 무차별적으로 총을 쏘는 모습을 합성한 영상이 상영됐다고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소유의 플로리다 '도럴 마이애미 리조트'에서 사흘간 열린 이 행사에는 지지자 100여 명과 트럼프 대통령의 아들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참석했고, 새라 허커비 샌더스 전 백악관 대변인 등이 연사로 나섰다.
지지자들이 상영한 영상은 영화 '킹스맨 : 더 시크릿 에이전트'(2014)를 편집한 것으로 영화 주인공의 얼굴에 트럼프 대통령 닮은 사람의 얼굴을 덧댔다. 또 악당 얼굴에는 CNN, 워싱턴포스트 등 언론사 로고를 비롯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 등 트럼프 대통령이 눈엣가시로 여기는 인물의 얼굴을 합성했다.
영화 킹스맨은 국내에서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 판정을 받을 정도로 폭력적인 장면이 많다. 지지자들은 킹스맨 속 폭력적인 장면을 이용해 가짜 트럼프 대통령이 '가짜뉴스 교회'라는 곳에서 정적들에게 총을 쏘고, 칼을 휘두르고, 잔인한 방식으로 폭력을 가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이 사실은 행사에서 영상을 본 참석자 중 한 명이 NYT에 제보하며 알려졌다.
논란이 일자 회의의 주최자는 이러한 동영상이 상영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주최자는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은 모든 정치적 폭력을 거부한다"며 이 같은 동영상이 상영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재선운동본부의 팀 머터프 대변인은 동영상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며 동영상은 재선본부에서 제작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도널드 주니어의 측근과 샌더스 전 대변인도 이 영상을 보지 못했다고 NYT에 답변했다.
과거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비슷한 영상을 공유해 논란이 일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CNN 로고가 합성된 남성을 레슬링 링 밖에서 때려눕히는 것처럼 편집된 영상을 트위터를 통해 공유했다가 폭력을 선동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백악관 출입 기자단(WHCA)은 과거 트럼프 대통령의 영상 공유 사건을 거론하며 이번 영상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