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경율 "조국 사태로 진보 분열? 몰락했습니다" 작심 비판

중앙일보

입력 2019.10.15 06:00

수정 2019.10.15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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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율 전 참여연대 공동집행위원장. [연합뉴스]

“조국 사태로 진보 진영은 분열한 게 아닙니다. 몰락했습니다.”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 일가의 사모펀드 투자 의혹을 제기해온 김경율(50) 회계사가 다시 쓴소리를 냈다. 김 회계사는 진보 성향 시민단체인 참여연대 공동집행위원장 출신으로 지난달 29일 조 전 장관을 비판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려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그는 14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조국 사태로 진보 진영의 권력 지향적 태도, 무비판적 사고가 민낯처럼 드러났다”며 “함께 몸담은 사람으로서 비참하다”고 말했다. 
 
김 회계사는 “이 와중에 불에 탄 집 속에서 뭐 남은 거 있나 찌꺼기를 찾고 있는 사람들을 보니 너무 형편없고 처참하다"며 "참여연대가 제 친정이라면 친정이지만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국이라는 이름을 지운다면 이런 상황에서 버틸 사람이 있었을까. 그런데도 시민단체, 집권 여당은 제대로 비판한 줄 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사의를 밝힌 조국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후 법무부 관계자로부터 가방을 받아들고 방배동 자택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사퇴에도 권력 좇고 비판 안 해”

참여연대는 지난달 ‘대통령 인사권 행사 기간, 검찰 수사 중단해야’ 등의 논평에서 검찰을 비판한 데 이어 14일 조 전 장관 사퇴에 관해 “가족 수사 등에 따라 장관직을 원활히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결정한 본인(조 전 장관)의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평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같은 날 “조 장관이 물러나 안타깝고 아쉽다”면서 검찰이 성찰과 반성을 할 때라고 강조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조 전 장관을 적극적으로 옹호해 온 진보 인사들은 사퇴에 관해 침묵을 지키고 있다. 

조국 사퇴 이후 김경율 작심 발언

 
김 회계사는 자신 역시 시민사회의 구세대로서 책임이 있다고 했다. “적어도 참여연대 중앙임원으로 5년 동안 활동했으니까요. 청산주의·패배주의라 할지 모르지만 현재 진보 진영은 맹렬한 반성 말고는 할 게 없습니다. 다시 뭔가 한다면 먼저 무릎을 꿇어야 해요.” 
 

“‘정경심 의혹’ 펀드 계속 파헤칠 것” 

이번 일만 문제가 아니라고도 했다. 김 회계사는 “시민사회 일원으로 각종 위원회에 참석했는데 아무 문제의식 없이 입으로만 ‘개혁’을 외치는 사람이 많았다”며 “이런 무비판적 지식인이 각종 위원회, 고위층에 있으니 무슨 일이 되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페이스북 비판 글 논란이 벌어진 뒤 공식적으로 참여연대 측과 소통하지 않고 있다. “징계하든 말든 관심 없다”는 김 회계사는 “앞으로 더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이라며 “진영과 관계없이 회계 지식이 필요한 노동계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밝혔다. 
 
조 전 장관 일가가 투자한 사모펀드도 계속 들여다볼 계획이다. 김 회계사는 조 전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수가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인 조범동(36·구속기소)씨와 횡령·주가조작에 공모했다는 의혹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그는 “조 전 장관의 사퇴와 관계없이 검찰은 의혹을 철저하게 파헤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