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통계청 국정감사에선 통계가 신뢰를 잃은 이유에 대한 추궁이 이어졌다. 먼저 정부의 내 멋대로 해석이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최근 기획재정부가 소득 불평등이 개선됐다며 발표한 분배 지표는 명백한 통계 왜곡”이라고 지적했다. 유 의원이 지적한 통계는 기재부가 지난달 내놓은 ‘최근 중산층 소득개선 현황’이다. 기재부는 지니계수가 지난해 1분기 0.33에서 올 1분기 0.317로 개선됐다고 밝혔다. 지니계수는 낮을수록 소득 불평등이 개선됐다는 뜻이다.
그런데 기재부는 1인 가구를 제외하고 지니계수를 분석했다. 지니계수 공식 통계는 전 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해왔다. 1인 가구를 포함한 지니계수는 올해 들어 개선되지 않았다. 유 의원은 “1인 가구를 임의로 뺀 통계는 조작”이라고 꼬집었다. 강신욱 통계청장은 “기재부에 기초자료를 제공한 것은 맞지만 이를 기반으로 통계를 분석하는 것은 각 기관의 자율”이라고 해명했다.
통계법 위반 논란도 불거졌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해 5월 분배가 악화했다는 가계동향조사 통계가 나오자 청와대가 외부에 공표하지 않은 관련 기초자료를 통계청에 요구해 받아갔다”며 “이는 불법 자료 유출이며 통계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공식 발표하지 않은 통계를 받으려면 서면으로 신청해야 하는데 청와대가 이를 무시하고 구두로 요청해 자료를 받았다는 것이다. 이 기초자료를 건넨 사람이 당시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원이던 강 청장이다.
홍장표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현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장)은 이 자료를 바탕으로 “최저임금의 긍정적 효과가 90%”란 주장을 폈다. 이는 최저임금 인상 이후 늘어난 실업자는 빼고 분석한 수치라 ‘통계 마사지’ 비판이 나왔다.
통계의 신뢰는 정권에 따라 흔들리지 않는 중립성ㆍ독립성에서 나온다. 왜곡된 통계는 잘못된 정책을 부르고 그 폐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통계가 신뢰를 되찾지 못하면 ‘경제 실패론’을 인정하지 않는 정부의 선전 도구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계속 이어질 것이다. 통계가 논란 종결자가 아니라 논란 유발자가 된 것 같아서 하는 얘기다.
김기환 경제정책팀 기자